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의 한국 대표팀이 끝까지 스포츠정신을 저버렸다. 노선영(29) 김보름(25) 박지우(20) 선수는 21일 7, 8위 순위 결정전에서, 지난 19일 준준결승전에 이어 또 정정당당하지 않았다. 공기 저항이 심한 선두는 남자 팀추월 은메달을 이끈 이승훈 선수처럼, 경기력이 가장 앞서는 김보름이 전체의 절반을 맡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2바퀴씩 균등하게 나눴다. ‘노선영 왕따’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쇼’를 한 것이다.

국격을 깎아내리며 나라 망신까지 자초한 행태의 반복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마지막 주자의 기록으로 성적을 매기는 팀추월은 팀워크가 생명이다. 그런데도 준준결승에서 김보름·박지우는 뒤처진 노선영을 ‘나 몰라라’ 하고 따로 질주했다. 준결승 진출 실패를 노선영 탓으로 돌리기까지 한 선수들은 국가대표 자격부터 의심스럽다. 외국 언론들도 ‘왕따 스캔들’ 등으로 개탄한 이유다. 그런 행태를 방관하고도 ‘관중 함성으로 지시 전달이 안 됐다’는 식으로 둘러댄 백철기 감독은 더 황당하다. 그는 “노선영 스스로 마지막 2바퀴는 맨 뒤에서 따라가는 게 기록 향상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으나, 당사자는 거듭 부인했다.

노선영 선수가 뒤늦게 출전 자격을 얻긴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마저 제대로 알지 못한 대한빙상(氷上)경기연맹은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출전 불가를 통보했었다. 연맹부터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이런 무능과 고질인 파벌 싸움 적폐(積弊)를 청산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세계적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가 2011년 빅토르 안으로 이름을 바꿔 러시아로 귀화한 배경을 새삼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