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반기중 입법 추진

性폭행·살인·납치 이어져
데이트폭력도 양형 강화
10년째 국회통과 막혔다가
‘미투’확산으로 입법 탄력

정부가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스토킹 행위에 대해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법안 제정에 나섰다. 스토킹 행위는 성폭행·납치 감금·살인 등 강력 범죄로 연결되는 사건이 다수 발생하는 등 보다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도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에 따른 범칙금 수준의 처벌만 이뤄져 왔다.

정부는 22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조정 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가해자 엄정처벌부터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등 지원대책까지 여성가족부·법무부·경찰청 등 부처별로 14개 세부 과제로 확정했다.

정부는 상반기 중 ‘스토킹처벌법’(가칭)을 제정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정법에는 스토킹의 정의와 유형 등을 명확히 하고 징역형까지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아울러 행위자와의 분리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다. 그간 스토킹 범죄는 행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처벌 규정 없이 경범죄처벌법 3조 1항 ‘지속적인 괴롭힘’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으로만 처벌해 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조상철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앞으로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형사처벌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스토킹은 지진의 전조처럼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 부분까지 형사처벌 범주에 넣는 게 이 법 제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스토킹 사건이 2014년 297건에서 2016년 555건으로 두 배 정도로 늘고 데이트폭력도 같은 기간 6675건에서 8367건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 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회 차원에서 스토킹의 경우 징역 3년 등에 처하는 내용의 입법이 10여 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10여 년 전에는 스토킹 처벌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최근 ‘미투(Me Too)’ 확산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국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데이트폭력에 대해 피해자와의 관계를 악용한 폭력 범죄로 판단, 양형을 강화해 적정 형량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데이트폭력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도 마련했다. 112신고 시스템상 별도 코드를 부여하는 등 스토킹·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찰의 현장 대응력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민병기·정유진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