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치료사 김향숙
“일부 목회자 잘못된 일 자행
더이상 은폐 안돼” 미투 촉구

국내 종교계도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 추문이 간단없이 터져 나왔던 분야다. ‘미투(Me Too)’가 국내 문화예술계를 휩쓸지만, 종교계는 태풍의 눈처럼 잠잠하다. 행복한 가정 운동을 벌이는 개신교 단체인 하이패밀리의 김향숙 공동대표가 “누구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세상이 용기 있게 소리치고 있다. 교회는 더 용기 있게 소리쳐야 한다”며 교회 내의 ‘미투’를 촉구해 종교계 ‘미투 선언’의 도화선이 될지 관심을 끈다. 김 공동대표는 신체심리학자로 그동안 교회 내의 성폭력 피해자를 적지 않게 상담·치료해 온 성폭력 피해 전문 치료사다.

김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개신교계 기독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교회 내 미투가 없는 데 대해 “불편한 침묵이다. 교회 내 ‘미투’를 말하는 피해자가 없다 해서 결코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이 순간에도 교회 내, 음지에서 신음하는 성범죄 피해 여성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변질된 목회자는 교회 내 절대 권력으로 잘못된 일들을 행했다. 사람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목회자를 인식하며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15)”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침묵은 안 된다. 또 다른 가해다”라고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2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많은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해왔고, 가해 목회자의 사모 등 트라우마를 받은 가족도 치료한 경험이 있다”면서 “신자에게 목회자는 높은 존재여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기 쉽고 이를 폭로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당신의 아픔을 위해 행동합니다’라는 ‘위드 처치(with church)’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