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심리전단, 수위 크게 낮춰
시민단체들“그렇게 자신 없나”
합참 “아예 없앤 건 아냐”해명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비판 내용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사회 인사들이 격분하고 있다. 특히 합동참모본부가 ‘심리작전지침’을 통해 국군심리전단에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2일 합참 지시를 놓고 “북한에 백기투항 하겠다는 것이냐”며 “도대체 얼마나 더 김정은 눈치를 보려고 하느냐”고 맹비난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실정법상 북한은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 불법단체”라며 “군의 대북방송에서 불법단체 지도자를 비판하는 일조차도 하지 못하게 했다면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북한 눈치 보기 실상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북한에 진실을 알리고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심리전이 대북방송인데, 이럴 거면 아예 대북방송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북자 출신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우리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며 “북한 눈치를 보는 게 무슨 전략이 된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고, 마땅히 해야 할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비겁한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준식 자유민주국민연합 사무총장도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고, 김정은은 3대 세습 독재정권의 최고 권력자”라며 “김정은 비판 방송을 하지 말라는 지시는 북한 주장대로 김정은을 ‘최고 존엄’으로 인정해 주는 꼴”이라고 분개했다. 이한구 육사총구국동지회 사무총장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우리를 멸망시키려는 적 앞에서 저항 의지를 접은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학용(자유한국당) 의원은 심리전단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합참이 지난해 월간 단위 심리작전지침을 통해 대북확성기 방송에서 김 위원장을 언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합참 심리전위원회는 PD와 작가들이 지침을 준수하도록 주간 단위로 통제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심리전단은 이후 김 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는 내용을 모두 빼고 “미사일 시험 발사에 예산을 많이 써서 주민들이 고생한다” “고위층은 호의호식하는데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다” 등으로 비판 수위를 크게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심리전 작전은 보안사항으로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심리전 용어에 김정은을 ‘금기어’로 지정,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북 확성기를 이용한 심리전에서 ‘김정은’ 용어 사용은 현저히 줄었으나 아예 없앤 것은 아니다”며 “불필요한 비난 또는 비방을 자제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김성훈·정충신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