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뒤 이 씨와 연희단거리패가 이를 은폐하려고 했으며, 이 씨의 사과 기자회견에 앞서 리허설까지 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2008년부터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동식 배우는 21일 페이스북에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씨가 성추행·성폭행 논란 후 공개 사과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노래 가사를 쓰듯이, 시를 쓰듯이’ 사과문을 만들었으며 단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자회견 리허설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이 씨는 이 자리에서 표정 연습까지 했다고 밝혔다. 리허설 당시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이 씨에게 “표정이 불쌍하지 않으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하자 다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건 어떠냐”고 물었다고 얘기했다. 그는 “(나에게도) 예상 질문을 하라고 시켰고 난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며 “그곳은 지옥의 아수라였다. 이제 내가 믿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괴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달 초 SNS를 통해 이 씨의 성추행 의혹이 나오자마자 연희단거리패 단원들끼리 내부회의를 했지만 “연희단거리패와 극단가마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해당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또 “(대책회의 당시) 이 일이 잠잠해진 4개월 뒤 다시 연극을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 씨는) 자신이 연극을 당분간 나서서 할 수 없으니 앞에는 저와 같은 꼭두각시 연출을 세우고 간간이 뒤에서 봐주겠다고 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그는 특히 ‘김보리’(가명) 씨의 성폭행 주장이 나온 뒤 선배 단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극단 대표가 진짜인지를 물었다며 “사실이었고 그것은 강간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이 씨는 해당 폭로를 접하고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형량에 관해 물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지현 씨가 폭로한 이 씨로 인한 임신과 낙태에 대해서도 사태 초반에 이미 “누군가의 입에서 그 사람(피해자)의 실명이 나왔다. 낙태 역시 사실이었고 그 사실을 선배들이 공유하고 있었다”고 썼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