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극 우려 16년간 美서 열려
올부터 양국 번갈아 개최 합의

미국 군수업체들이 올해 16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에서 방위산업 협력 등을 논의할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해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해질 전망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의 정책이 대만 독립을 추진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돼 중국의 보복 조치 등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2003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대만 무기산업 업체 대표들 간의 콘퍼런스를 올해부터는 1년에 미국과 대만에서 번갈아 열기로 양측이 지난해 말 합의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올해 상반기 중 주로 방산업체 간 기술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대만에서 열릴 콘퍼런스에 미국 업체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콘퍼런스는 미국·대만 비즈니스 협의회가 무기 구매 등을 논의하기 위해 조직한 것으로, 그동안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에서만 개최돼왔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 전환은 미국과 대만 간 군사 협력 등을 확대할 대만 관련 입법들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만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또 미국과 대만 고위 관료들이 상호 방문해 현안을 협의할 수 있는 내용의 ‘대만여행법’도 하원을 통과해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만 남겨 놓고 있다. SCMP는 “대만여행법이 통과되면 올해 대만에서 열리는 양측 무기산업 대표들 콘퍼런스에 미국 관료들이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대만 문제 전문가인 후번량은 SCMP에 “미국 관료들의 콘퍼런스 참여는 차이 대만 총통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 독립을 위해 해군 및 공군력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4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과 대만의 이 같은 조치가 중국을 자극해 대만 섬을 위협하는 군사 훈련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궈선 중국 샤먼(廈門)대 대만연구소장은 “미국과 대만의 공식 군사 교류가 이뤄지면 미·중 관계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