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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통상전략 제언

“美우선주의 트럼프 행정부에
‘비정상적’ 강조로 설득 안돼”

“WTO제소론 문제해결 어려워
요구도 들어주며 실리 챙겨야”

“北核이견 美불만 반영 가능성
평소의 양국관계 형성도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외교·안보와 통상정책의 분리”를 강조하며 강경 대응을 천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대미 관계에 있어 외교·안보와 경제·통상의 분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의 통상정책을 재고하고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향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20일 정부와 산업계·학계에 따르면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르면 이달 마지막 주에 미국을 방문해 미 상무부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보호무역조치를 풀어줄 것을 미 정부와 의회, 업계를 상대로 설득할 예정이다. 미 상무부는 자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한국도 그 대상에 올린 상태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급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오랜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기존 방식대로 설득에 나서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미 관계에서 외교·안보와 통상정책의 분리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며 ‘트럼프 시대’에 맞는 전향적인 통상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막무가내식’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비정상적’이라는 것만 강조해 왔고 설득에는 실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통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미국이 WTO 규범을 인정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데다, WTO의 최종 결정까지는 1∼3년이 걸려 우리 기업의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앞서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 관세를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안으로 최종 결정된다면 WTO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도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고, 한국은 WTO에 제소해 2016년 승소했으나 미국 측의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결단’이 통상 마찰을 푸는 열쇠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정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의 불편한 상황이 통상 갈등에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분석한다. 양국 간 신뢰가 약화한 점이 통상 갈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 미국과 신뢰가 훼손된 게 큰 문제인 것 같다”며 “과거에는 양국 간 협상 이후엔 ‘좋아지겠구나’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미국이 주요 시장이라면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통상은 거래 관계여서 갑자기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본 아베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실리를 챙기는 것처럼 미국이 바라는 바를 수용하며 국익을 지키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정민·권도경·박세영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