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설 연휴 한국에 우울한 소식을 전했다. 2017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 2%대 후반인 한국 잠재성장률이 2030년 무렵엔 1%대로 뚝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잠재성장률은 자본·노동·기술 등 자원을 총투입해 물가상승 등 부작용 없이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이다. IMF 분석대로라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10여 년 후면 1%대로 추락한다는 추정이 나온다.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성장사를 돌아보면 더 씁쓸해진다. 개발연대인 1970년대엔 한 해 10% 이상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첫 10년까지 5%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 3%대 성장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처지다.

어쩌다 한국 경제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 IMF는 이에 대한 답 또한 보고서에 적시했다. 서비스 부문 생산성 저하, 노동시장 왜곡, 급속한 고령화 등이 ‘쉬 늙어가는’ 우리 경제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간 국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 그대로다. 잠재성장률에 대한 경계(警戒)는 국내에서도 수차례 있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잠재성장률이 15년 만에 거의 절반으로 급전직하했다’고 분석했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장기(잠재)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곤두박질쳤다면서 6∼7년 후(2016년 기준)엔 ‘제로 성장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제라도 잠재성장률 급락을 늦출 대책은 없을까. 있다. 이미 답도 나와 있다. IMF도 같은 처방이다.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서둘러 경쟁국의 60% 수준에 불과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창조·혁신적 인재를 배출할 교육개혁도 병행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IMF는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높이고, 노동개혁을 단행하면 0.3%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IMF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맹성(猛省)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