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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屈一人之下 必伸萬人之上

(부굴일인지하 필신만인지상)

무릇 한 사람 아래에 굽히면 반드시 만 사람 위에 펼칠 수 있다.

후한 조엽(趙曄)의 ‘오월춘추(吳越春秋)’에 나오는 구절이다. 춘추시대 말기의 풍운아 오자서(伍子胥)는 초나라에서 망명해 오나라로 갔다가 거리에서 한 사내가 여러 명을 상대로 싸우는 장면을 본다. 그 사내는 장대한 기골에 큰 용기를 지녔지만 아내가 부르자 싸움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갔다. 기이하게 여긴 오자서는 그 사내와 친교를 맺었는데 이름이 전저(專諸)였다. 오자서가 당신은 만 명도 이길 수 있는데 어찌 여자가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돌아가느냐고 묻자 전저는 위와 같이 답했다고 한다.

오자서는 크게 감복해 후에 오나라 왕의 사촌인 공자광(公子光)에게 그를 천거했다. 공자광은 왕위 계승에 불만이 있어 전저와 거사를 계획하고 왕을 자기 집에 초대했다. 전저는 왕이 생선요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조리된 생선의 배에 칼을 숨겨, 이른바 어장검(魚藏劍)으로 그를 찔러 죽였다. 전저는 호위병들에게 즉살당했지만 공자광은 그의 도움으로 왕위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가 바로 오나라를 크게 일으킨 합려(闔閭)이다. 합려는 전저를 후하게 장례 지내고 그 아들에게 경(卿)의 지위를 줬다.

전저는 춘추전국시대에 크게 이름을 떨친 자객인 동시에 중국 공처가의 원조로도 불린다. 청대의 시인 원매(袁枚)는 전저를 안사람을 두려워하는 구내(懼內)의 남상(濫觴)이라고 평했다. 힘과 기세로 남을 제압하는 자객조차도 경지에 이르면 아내에게 위세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해마다 명절이 지나면 이혼하는 가정이 급증한다고 한다. 전저처럼 아내에게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친 아내를 이해하려는 마음만 지녀도 가정불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