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수출 철강·변압기에
美기업 주장 적용해 조치 내려
韓정부 문제제기에도 계속돼와

정부가 미국의 아전인수식 관세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이 수출하는 철강과 변압기에 대해 미국이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WTO 협정 위배로 규정하고 WTO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AFA(adverse facts available)는 미국이 반덤핑·상계관세를 조사할 때 피조사 기업이 제출한 자료가 아닌, 미국 기업 등이 주장하는 불리한 가용정보(제소자 주장의 덤핑률, 보조금률 등)를 사용해 조치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조사기법을 말한다. AFA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를 적용할 경우 가용정보의 합리성 등에 대한 신중한 검증 절차 없이 조사대상 기업에 불리한 정보들을 사용해 덤핑률 등을 계산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2015년 8월 관세법을 개정한 후 한국산 제품(철강·변압기)에 대해 AFA를 적용했다. 2016년 5월 도금강판 반덤핑 최종판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8건의 조사에 AFA를 적용했으며, 9.49~60.81%의 반덤핑·상계관세를 한국산 제품에 부과했다. 정부는 그간 미국과 양자 및 다자채널을 통해 AFA 적용의 문제점을 지속 제기했지만 AFA 적용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이날 법리분석, 업계 및 관계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WTO 제소 방침을 결정했으며, WTO 협정에 따른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WTO 사무국에 통보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WTO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인 양자 협의 시 미국의 AFA 적용에 따른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가 조속히 시정 또는 철폐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해결되지 않을 경우 WTO에 패널설치를 요청해 본격적인 분쟁해결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