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실수 연발 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남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오전 10시에 경기를 시작한 탓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선수들이 연기 도중 넘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미국의 네이선 천, 러시아의 미하일 콜랴다, 독일의 폴 펜츠. 뉴시스 AP 연합뉴스 EPA 연합뉴스

美서 피겨스케이팅 인기 높아
오전 10시로 경기시간 당겨져
새벽 6~7시엔 훈련 시작해야

금메달 후보 美 네이선 천 등
남자싱글 10명 중 8명이 실수

메드베데바 “충분히 적응 가능”

2018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중계 방송사인 NBC의 요구로 오전에 경기를 시작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경기 시간 탓에 애로를 겪고 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선수들의 실수가 연이어 나오면서 경기 시간 적응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9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팀 이벤트(단체전) 남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선수 10명 중 클린 연기를 펼친 건 차준환(17·휘문고)과 알렉세이 바이첸코(이스라엘) 두 명뿐이었다. 나머지 8명은 모두 점프에서 실수,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바이첸코가 2위에 오른 것은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1위에 오른 우노 쇼마(일본)는 첫 점프인 쿼드러플(4회전) 플립에서 넘어지며 감점을 받았다. 나머지 과제를 잘 수행하면서 1위에 올랐으나 점프 실수는 ‘옥에 티’로 지적. 우노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남자싱글 금메달 후보인 ‘점프 기계’ 네이선 천(미국)은 쿼드러플 플립 착지가 불안해 연결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를 더블 토루프로 처리했다. 쿼드러플 토루프는 2회전에 그쳤고, 첫 점프의 연결 점프를 더블 토루프로 처리했기에 점수를 받지 못했다. 마지막 트리플 악셀에서는 넘어졌다. 천은 4위로 밀렸다.

미하일 콜랴다(OAR) 역시 모든 점프에서 실수를 범하며 8위에 그쳤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남자싱글 은메달리스트인 캐나다의 패트릭 챈은 두 번밖에 넘어지지 않아 3위에 오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11일 펼쳐진 팀 이벤트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상위권 선수들이 실수를 범했다. 2위에 오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했다. 트리플 토루프 착지를 하다가 중심이 흔들려 수행점수(GOE)가 0.8점 감점됐다. 3위를 차지한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스먼드 역시 첫 점프에서 실수했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 점프에서 두 번째 점프를 바로 뛰지 못했고, 착지도 매끄럽지 못했다. 미야하라 사코토 역시 첫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으로 감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외신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하는 이유로 경기 시간에 주목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미국에서 피겨스케이팅 인기가 높아 NBC는 경기를 오전에 배정하라고 요구했다. 경기가 이른 시간에 펼쳐지면서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오전 10시 경기면 그 이전, 그러니까 6∼7시에 훈련해야 한다. 천은 “아침 7시 훈련은 힘들다”고 말했다. 애덤 리폰(미국)은 “정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연습하기 몇 시간 전부터 깨어 있다”며 “하루의 시작이 빨라졌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경기가 열리는 날 오전 6시쯤 연습을 시작하고 경기 전까지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선수촌에 가서 휴식을 취할 시간적 여유는 없어 경기장에서 쉬면서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USA투데이는 지적했다. 독일 페어 대표인 브루노 마소는 “연습을 하고 2시간 후에 경기를 펼치게 된다”며 “이런 일정은 TV에는 좋지만, 선수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 시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례도 있다. 여자싱글 최강인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팀 이벤트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81.06점을 받아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 기록(80.85점)을 0.21점 끌어올렸다. 메드베데바는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릉 =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