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네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제 대답은 일관됐습니다. “초·중·고, 개근상을 받았습니다.” 12년간 단 하루도 등교를 거르지 않았다는 거죠. 사회 초년병 시절, 입사 면접을 볼 때마다 힘주어 답한 대목입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40대 전후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며칠 전 ‘개근상이 사라진다’는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개근상에 대해 얘기할 때 목에 힘 좀 줄 수 있는 저인 터라 곧바로 클릭했죠. 그런데 이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제게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학교 하루 안 가면 (중략) 죄짓는 행동으로 간주하더라. 살아보니 제일 쓰레기 상이다.’ 아직도 초등학교 때 너무 아파서 울면서도 등교 준비를 했던 기억이 선한데요. 그런데 그렇게 받은 개근상이 ‘제일 쓰레기 상’이라니요….

세상이 변한 겁니다. 가치관이 달라지고 의식이 깨인 거죠. ‘통일성’ ‘반드시’보다는 ‘다양성’ ‘유연하게’를 더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학교를 떠나 부모와 현장학습을 하는 것도 등교일수로 기록되죠. 되새겨 보니, 학교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편견이 강한 시대를 살아온 것 같습니다.

원래는 MBC ‘무한도전’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2006년 방송된 후 13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무한도전’이 봄 개편을 맞아 시즌제로 전환하거나 제작진 및 멤버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무한도전’ 역시 ‘장수 예능’이 대접받던 시대에서 ‘시즌제’를 선호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기로에 선 듯 합니다.

따지고 보면 부침은 있었습니다. 몇몇 멤버가 구설에 휘말리며 하차하거나 교체되기도 했죠.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함께해 온 멤버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까지 4명입니다. 그리고 그림자처럼 ‘무한도전’와 함께 해 온 또 1명의 주인공이 있죠. ‘무한도전’의 선장이자 든든한 ‘밑짐’ 역할을 해온 김태호 PD입니다.

매주 목요일 녹화에 참여하는 멤버들과 달리 1주일 내내 아이템 회의를 하고, 촬영 후에는 자막 삽입 등 편집 과정에 참여해야 하니 김 PD의 피로 누적이 누구보다 심하다고 ‘무한도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13년을 달려온 ‘무한도전’, 사람에 비유해도 초·중·고를 개근상 받고 졸업했을 만큼 시간이 흘렀죠. 김태호 PD와 원년 멤버 없는 ‘무한도전’은 시청자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아파서 학교 가기 힘들다는 아이의 등을 떠미는 부모처럼 ‘무한도전’을 닦달하는 팬이 되진 않길 빕니다. 또 다른 시작을 기대하며, 그들에게 웃으며 개근상을 수여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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