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위생방역에서 쓰이는 보호복이나 경찰관들이 착용하는 형광 조끼 등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공공기관에 부정하게 납품한 업체들이 덜미를 잡혔다.

관세청은 조달청과 합동으로 지난해 9월부터 부정 조달납품업체에 대한 합동단속을 편 결과, 외국산 방역작업용 보호복, 형광 조끼, 활동모 등 41만5424점(24억 원 상당)을 국산으로 바꿔 부정 납품한 안전용품 수입업체 A 사 등 4개 업체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조달청은 별도로 이들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와 함께 부당이득 환수 등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중국산 방역 작업용 보호복 등 완제품을 수입한 후 중국산 원산지 표시를 없애는 수법으로 원산지를 속여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경찰 등에 조달,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원산지 라벨을 떼기 쉽도록 아예 중국에서 제작할 때 ‘MADE IN CHINA(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약하게 박음질해 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속과 수사에 대비해서는 라벨을 제거하기 위한 비밀 창고를 마련하고 수입업체와 조달 납품업체 사이에 제3의 국내업체를 일부러 개입시켜 수입 사실을 감추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산 방역작업용 보호복의 수입원가는 한 점당 1~1.7달러, 조달 납품가는 3500원가량인데 납품원가를 줄여 부당이익을 챙기기 위해 범죄를 모의한 것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조달납품을 하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처럼 꾸민 후 실제로는 저가의 외국산 물품을 납품함으로써 국내에 제조 기반을 둔 다른 중소기업의 조달납품기회와 고용마저 빼앗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김현석 관세청 조사총괄과장은 “관세청과 조달청은 지난해 9월 ‘공공조달물품 부정 납품 단속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지속적인 합동단속을 통해 원산지 위반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