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무차별’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黨)·정(政)·청(靑) 내에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경제 상황과 시장 상황에 비춰서 최저임금 1만 원 도입 시기에 대해선 탄력적·신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정책기획위원회도 “목표 달성이 아니라 실질 효과를 위해 정책적 유연성으로 조정하는 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분과위원장은 “올 16.4% 인상 소식에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목표 연도에 맞추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시행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 문재인 정부를 지탱하는 3대 축이 일제히 최저임금 속도조절론(論)을 들고나오는 건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최저임금의 역습’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영세자영업자와 중소업체 하소연에 이제야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들이니 더욱 그렇다. 그동안 ‘찬양 일색’ 장관토론회나 열고, ‘현장 방문 쇼’만 보여주고,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전문가나 야당을 향해선 “최저임금 공격은 문 정부 성공을 막으려는 불순한 행위”라며 귀를 닫아온 당·정·청 아닌가.

최저임금 정책이 ‘원형’ 그대로 계속된다면 문 정부 최대 악책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부작용은 열 손가락을 다 꼽아도 모자랄 판이다. 개중 중죄는 민간기업 임금을 혈세로 보태주는 악례(惡例)를 남겼고, 약자용 대책이 외려 그들을 희생양으로 내몰고 있으며, 기업가정신을 억눌러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그나마 지금이 그 실책을 바로잡을 적기다. 해답은 3년 내 총 54.5%에 달하는 인상 속도를 대폭 늦추고 지역별·업종별로 차등적용하는 것이다. 시장실패보다 그 후유증이 훨씬 크고, 무서운 게 정부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