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하마평도 없는 상황
상급부처인 산업부도 ‘깜깜’

한국수력원자력이 차기 사장 공모에 돌입했지만 후보군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아 ‘깜깜이’ 인사가 될 모양새다. 일각에선 ‘탈(脫)원전’ 인사가 취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전날 사장 공모에 착수했다. 공모 신청 기간은 13일까지다. 그동안 임추위의 공모 절차는 청와대에서 후보자 낙점이 먼저 이뤄진 이후 진행돼 왔다.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도 불구, 유력 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도는 시점에 형식적 공모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번 한수원 사장 공모는 매우 이례적이다. 상급 부처인 산업부에서도 어떤 인물이 후보로 지원할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전임 사장이 퇴임한 상황이어서 청와대도 차기 사장에 대해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내부에선 이번 공모에 더욱 민감하다. 자칫 회사의 존립 취지에 반하는 성향의 인사가 선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도 탈원전 인사가 차지해 한수원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팽배하다. 탈원전 인사가 사장으로 내정될 경우, 국내 원전산업을 이끄는 한수원의 위상을 고려할 때 한수원 노조 등 내부 반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적임자를 사전에 찾지 못해 사장 공모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서둘러 절차가 진행된다 해도 3월 말쯤에 이르러야 차기 사장이 출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반기 중 원전 세일즈 등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사장 인선이 조기에 마무리돼야 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사장 인선이 늦어질 경우 내부 조직개편은 물론 경영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원전 수출이라는 주요 업무 수행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