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소설가 투오마스 퀴뢰가 지난해 한국 방문 당시 그럼프 모습을 하고 서울 광화문 앞에서 찍은 사진. 세종서적 제공

핀란드 작가 투오마스 퀴뢰
여행소설 ‘한국에…’ 출간
좌충우돌 여행기 등 담아

까칠하고 고집 세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노인 그럼프 시리즈로 핀란드인의 사랑을 받는 소설가 투오마스 퀴뢰가 한국과 평창동계올림픽을 소재로 쓴 여행 소설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세종서적)가 번역, 출간됐다.

1930년대 초반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국가 재건의 시대를 살아온 80대 노인 그럼프. 집을 나서는 건 치매에 걸린 아내를 보러 요양원에 가는 정도일 뿐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다. 이유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 교환 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어린 손녀 때문이다. 그럼프의 표현대로라면, ‘뚱뚱한 어린 독재자와 오렌지 색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대통령’의 날 선 위협이 TV 뉴스를 통해 나오자 과연 내 손녀는 그런 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그곳에서 열린다는 동계올림픽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까 걱정하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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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헬싱키 공항에서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 끝에 겨우 비행기에 오르는데,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동계올림픽 조직 위원회 관계자 ‘이 씨’는 그에게 올림픽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며, 그를 평창으로 초대한다. 그렇게 그럼프와 이 씨 그리고 서울에서 만난 손녀는 평창으로 동행하게 된다. 이어 본격적으로 핀란드 노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펼쳐진다. 겨울 스포츠의 나라인 핀란드의 국민작가답게 동계올림픽에 관련된 여러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핀란드와 한국의 역사가 교차 된다. 평창경기장, 아이스링크장을 방문하고 스키 점프대도 점검한 그는 이 씨 운전기사의 집에서 한국 음식을 맛본 뒤 서울로 돌아와 북한 독재자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작가는 이 여행 소설을 쓰기 위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실제로 서울과 평창경기장 등을 둘러봤다. 그의 소설 ‘괴짜 노인 그럼프’ 한국어판을 낸 세종서적은 핀란드가 동계 스포츠의 나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계올림픽에 관심을 갖게 돼 한국 여행 소설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책에는 그럼프의 모습을 한 작가의 뒷모습을 찍은 그의 한국 여행 사진이 함께 한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핀란드와 한국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전쟁의 아픔을 경험했고, 가난한 시절을 보냈으며, 농업 국가에서 첨단 기술의 나라로 재건했다. 세대와 계층 간 소통은 어려워지고 갈등이 더욱 커진 것은 발전이란 이름의 이면에 가려진 그늘”이라고 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