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같은 롱패딩입은 南과 北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5일 오전 똑같은 흰색 패딩을 입고 훈련을 위해 강릉 선수촌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女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평가전 바라본 두 시선

“올림픽후에도 교류 계속되길”
“출전못한 우리선수 안타깝다”

경기장 밖은 찬반시위로 몸살
“美 방해말고 평화협정 체결을”
‘김정은 얼굴 X자’ 사진 맞불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렀던 4일. 경기장을 찾은 관객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렸다. 경기장 밖에선 8개 보수단체가 평창올림픽 보이콧 집회를 개최한 반면, 진보성향 일부 단체는 단일팀 환영 및 미국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장외 이념 전쟁도 벌어졌다. 평화와 화합의 장이어야 할 올림픽이 갈수록 ‘정쟁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인천 선학빙상장을 찾은 관객들 얼굴에는 대체로 설렘이 가득했다. 이마에 한반도기를 그리고 온 명지대생 임재우(23) 씨는 “친구들 13명 모두 단일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반도기를 그리고 왔다”며 “올림픽 이후에도 남북교류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웨덴에 1 대 3으로 패했지만 남북 단일팀에 대한 기대감은 경기 이후에도 이어졌다.

경기 안양시에서 온 이준오(43) 씨는 “비록 경기에 져 아쉽지만 함께 ‘아리랑’을 부를 때 울컥했다”며 “올림픽 내내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관전하며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경기장 밖은 여과 없는 ‘정쟁의 장’이 됐다. 경기 시작 전 자유대한호국단 등 8개 보수단체 소속 수십 명이 태극기와 성조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얼굴에 X자를 그린 사진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일부는 경기가 열리고 있는 시간에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노래 ‘평창 유감’을 큰 소리로 틀어 한 시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태극기 1인 시위도 등장했다. 딸과 사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일팀 구성을 규탄하러 서울 서초구에서 혼자 왔다는 윤모(71) 씨는 “몇 년을 고생하고도 출전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너무 불쌍해 참을 수 없어서 왔다”며 경기 시작 전까지 계속 태극기를 흔들었다.

같은 시각, 민중당 당원들은 남북단일팀을 환영하며 미국을 비난하는 ‘맞불 집회’를 했다. 이들은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고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율동에 맞춰 함께 부르는 퍼포먼스를 했다. 평화협정운동본부 명의로 ‘평창을 넘어 평화로! 미국은 방해 말고 평화협정 체결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경기장 곳곳에 내걸렸다. 방은미(여·65) 씨는 “이념을 가지고만 싸우려는 것 같다”며 “스포츠 정신이 중요한 올림픽 기간만큼은 서로 자극하지 말고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북한 선수들을 이끌고 온 박철호 감독 왼쪽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이 그려진 배지가 달려 있었던 데 대해 온라인에서는 “단일팀인데 꼭 (김 부자 배지를) 하고 나와야 하느냐” “우리는 아리랑만 부르는데 (북한 측에서)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 등의 반응도 나왔다.

인천 =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