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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이호신 화백의 화문집 ‘근원의 땅, 원주 그림순례’에 실린 ‘미륵산 미륵불’. 크기는 178×274㎝로 한지에 수묵채색 작품이다. 이호신 제공
이호신 화백, 화문집 ‘… 원주 그림순례’ 펴내
전국 22곳 10년째 도록 제작
수묵담채와 더불어 설명 글도
다양한 기법 시도 · 색채 응용
‘생활산수화’독자적 장르 추구
“(이호신 화백의 작품은) 조선 시대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 등이 이 땅의 명승지를 돌며 남긴 화첩 속 ‘기록 그림’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한국화가 이호신(61·사진) 화백이 최근 펴낸 ‘근원의 땅, 원주 그림순례’(뜨란·352쪽)의 발문에 그 같은 글을 남겼다. 이호신 화백은 우리 화단에서 독특한 존재다. 그는 화가와 문장가, 역사가와 인문학자의 소양, 그리고 우리 것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두루 겸비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화백은 30여 년 전부터 우리 산하와 선조들이 남긴 자취들을 긴 세월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오고 있다. 글과 그림에는 자연과 생태, 소중한 문화유산, 정겨운 마을 등이 담겨 있다.
화단에서는 한국 진경산수화의 전통을 창신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과 다채로운 색채를 응용한 그의 화풍을 일러 ‘생활산수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경산수에 맞닿은 그의 생활산수는 특히 2009년 시작한 ‘그림으로 남기는 국립공원 도록’을 통해 더욱 빛이 나고 있다. 작업 시작과 함께 그는 경남 산청의 남사마을(단성면 남사예담촌)로 아예 집을 옮기고 지리산부터 시작해 국내 국립공원을 본격적으로 그려 나가고 있다. 현재 7개 공원을 작업했다. 지난해에는 환경부가 개최한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 기념식에서 문화포장을 받기도 했다.
원주라는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과 인물 그리고 오늘의 삶을 통찰한 인문학적 화문집 ‘근원의 땅, 원주 그림순례’를 내놓은 것도 그 같은 작업의 일환이다. 이 책에만도 현장 사생한 화첩 그림 44점을 포함해 모두 126점의 그림이 수록돼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을 마주하면 그림 보는 즐거움과 글 읽는 맛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20년 전부터 치악산 화첩기행을 한 후, 2년 전 치악산국립공원의 초청으로 다시 치악산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그렸습니다. 2017년에는 원주의 국립공원연구원 후원으로 한 해 동안 원주의 전 지역을 순례하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이번에 나온 화문집이 그 결과물입니다.”
특히 이번 화문집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대거 그림으로 완성해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수묵담채의 맛이 도는 그림에는 맛깔스러운 설명 글도 덧붙여져 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박식한 내용과 다양한 사진 도판이 담긴 답사기는 우리 사회에 이미 포화 상태일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 화백의 화문집처럼 그림과 함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답사기는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는 고인돌과 석조불두를 통해 돌 하나에 깃든 역사의 무게를 가늠하고, 법천사지와 흥법사지, 거돈사지 등 원주의 폐사지가 등장한다. 미륵산 미륵불과 용소막 성당, 원동성당 순례길을 비롯해 원주향교와 원주 강원감영이 생생한 현장 그림으로 소개된다. 우리의 정서를 반영해 화폭에 담긴 문화재들은 더 친근하면서도 반드시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자산으로 다가온다.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와 사진은 많지만 그 대상을 조형예술(회화)로 표현한 사례는 드뭅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지속적인 가치를 그림과 함께 소개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화백은 지금까지 17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이화여대 박물관, 주핀란드 한국대사관, 주탄자니아 한국대사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드물게 글을 잘 쓰는 화가로 ‘화가의 시골편지’ ‘우리 마을 그림순례’ ‘풍경소리에 귀를 씻고’ 등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산청=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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