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영후 약사가 지난 2012년 방문했던 남수단 종글레이주 보르시의 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후 약사 제공

고액후원자 모임 ‘그린노블클럽’ 김영후 씨

2012년 남수단 봉사 갔다가
아이들 처한 환경에 충격받아
‘배움 기회 제공하리라’ 다짐

백방으로 뛰며 후원자 모아
교육지원 年 1200만원 보내

국내외 개인후원도 10여 명
“따뜻하고 배려하는 사회 되면
결국 내 가족 행복으로 돌아와”

아프리카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는 고 이태석 신부로 인해 국내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이태석 신부에게 ‘남수단의 슈바이처’라는 별칭을 안겨줬다.

경기 수원시 매교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영후(58) 약사에게는 간직하고 있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가 있다. 바로 남수단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겠다는 ‘꿈’이다.

김 약사는 지난 28년간 불우아동에 대한 후원활동을 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키다리 아저씨’다. 그가 28년간 불우 아동들에게 후원한 후원금만 1억 원이 넘는다. 얼마 전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2년에 남수단 종글레이주 보르시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현지에서 아이들이 놓여있는 환경을 보고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지구 상에 저렇게 사는 아이들도 있구나’라는 충격을 받았어요. 학교 운동장에서 인사말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죠.”

김 약사는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년 전 방문했던 남수단에서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금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수단을 다녀온 후 김 약사는 후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30~40명의 후원자를 모았다. 후원자 모임을 결성해 매년 1200만 원가량의 후원금을 마련해 이 지역 아이들 교육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김 약사는 현재 남수단이 여행위험 지역이어서 방문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지 남수단을 다시 방문해 2012년에 만났던 아이들을 만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김 약사가 처음 불우아동에 대한 자원봉사와 후원활동을 한 것은 1989년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다.

“약국을 하면서 돈을 벌면 사회에 좋을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국을 개업하고 나서는 노인복지와 관련해 자원봉사 활동과 후원활동을 했었죠.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동복지에 관한 관심이 커져 아동 후원을 생각하게 된 것이죠. 불우 아동을 돕겠다는 생각만으로 하루하루 후원활동을 해 왔는데, 어느새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후원활동이) 커졌습니다.”

김 약사는 남수단 아이들에 대한 후원활동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매우 다양한 아동 후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만 국내에 7명이나 된다.

이들 외에 지금까지 그가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했던 아이들만 국내 6명, 해외 4명이나 된다. 지금은 아이들이 모두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김 약사는 사각지대 아이들을 돕기 위한 ‘인권 사각지대 제로 캠페인’을 비롯해 수원시자원봉사센터 법인화 등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위한 제도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개그맨 이홍렬 씨와 함께 서울에서 부산까지 600㎞에 달하는 ‘마음으로 걷기 프로젝트’라는 국토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해외 봉사활동 경력도 다채롭다. 2007년에 1300㎞에 이르는 ‘몽골 의료봉사 랠리투어’를 다녀왔고, 2008년에는 인하대 의대 의료봉사단과 함께 스리랑카 고산지대인 ‘누와라 엘리야’ 지역을 방문해 내전으로 인해 건강진단은 고사하고 안전한 식수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유아들을 위한 의료 활동도 전개했다.

김 약사는 ‘남수단의 꿈’ 외에 국내에서도 아동 인재양성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베이비박스’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동들은 잘 기르면 사회의 훌륭한 인재가 되지만, 버려두게 되면 ‘외로운 늑대’로 자라게 됩니다. 특히, 아이들은 참정권도 없어 복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데, 미래의 꿈나무라는 점에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박스 아기들 외에도 중·고교의 어려운 학생들도 적극 지원해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입니다.”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을 김 약사도 똑같이 되뇌었다.

“봉사나 후원활동은 내가 준 것보다 많은 것을 받는 일이에요.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안정되고, 따뜻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면 결국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해지는 것이니까요. 중상층이 후원과 기부를 많이 해야 선진국이 된다고 하잖아요. 물질적인 것을 따지지 말고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