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차 내정 철회… “對北군사옵션 이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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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소식통 ‘낙마’ 확인
對北공격·FTA개정 등 반대
백악관과 견해차 드러낸 듯

빅터 차(사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에 대한 주한 미 대사 내정이 30일 철회됐다. 차 석좌의 중도 낙마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의견 차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로 1년이 넘은 주한 미 대사 공석 사태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주한 미 대사 지명 절차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당초 백악관이 내정했던 차 석좌의 주한 미 대사 지정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차 석좌가 주한 미 대사직에 더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문화일보의 차 석좌 내정 철회 확인 요청에 대해 “맞다”고 확인했다.

워싱턴 외교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임명동의)까지 받은 차 석좌가 낙마한 것은 대북 군사적 옵션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의 견해차 때문으로 알려졌다. 차 석좌가 지난해 12월 말 트럼프 행정부의 제한적 대북 선제공격인 ‘블러디 노즈(Bloody Nose·코피)’ 작전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파기 위협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예상됐던 주한 미 대사 부임은 더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차 석좌가 2016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아시아 전문가여서, 백악관은 적지 않은 ‘구인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대화 국면이 열린 상황에서 주한 미 대사의 장기 부재는 한·미 공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래도 대북 강경파로 분류됐던 차 석좌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북정책 의견 차로 낙마했다는 사실 자체가 한·미 간 간극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