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의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훈련과 관련, 예정 하루 전인 30일 오전까지도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는 등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3∼25일 공동훈련 장소를 둘러보고 돌아온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들의 말만 들어봐도 이 시기에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해야 할 이유를 도무지 찾기 어렵다.

우선, 스키장 슬로프 중간중간에 눈이 비어 있어 기록경기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정식 훈련이나 경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이런 곳에 한국 선수들을 동원해야 하고, 이들은 실력이 모자라는데도 올림픽에 ‘무임승차’하는 북한 선수들의 연습용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된다. 금강산∼마식령 도로는 ‘차가 아니라 말 타고 가는 느낌’이었고, 갈마비행장∼스키장 도로 역시 23㎞ 이동에 50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런 곳에 호텔만 화려하다고 하니, 한국이 김정은 치적 자랑과 마식령스키장 홍보에 이용당한다는 우려가 이상하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 행정명령을 위반하게 된다. 미국은 북한을 방문한 항공기나 선박에 대해 180일 동안 미국 기항을 막는 제재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정부는 갈마비행장 이용료와 영공 통과료는 지불하지 않고, 방북 항공기가 미국을 가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재 위반은 위반이다. 돌아오는 길에 북한 선수를 태우고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마식령스키장은 유엔 제재를 어기며 건설됐고, 인권유린으로도 규탄받는 곳이다. 마식령 훈련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