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대통령제 골자로 추진
선거구제 개편 적극 나서기로
개헌 시기도 “합의 땐 언제든”

지지부진했던 개헌논의 탄력

자유한국당이 2월 내에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과 권한 분산에 초점을 둔 자체 헌법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30일 밝혔다. 한국당은 또 그동안 당론으로 반대해 온 선거구제 개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는 분권형 개헌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2월 안에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6월 개헌은 안 된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 달리 “국회에서 합의만 이뤄진다면 언제든 개헌 완성을 위해 다가가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몇 차례 연찬회를 거듭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이는 정부·여당의 ‘개헌 대 호헌’ 프레임에 끌려가기보다 자체 개헌안을 중심으로 개헌 정국을 이끌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여권의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요구를 무작정 반대할 명분이 없는 만큼 ‘개헌 시기’ 논란을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한 ‘개헌 내용’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도 “우리만의 사고와 가치에 함몰돼 있다면 벗어나겠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그동안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거대 양당에 불리한 중대선거구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당론으로 반대해 왔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해선 국회의 역할도 재정립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구제 개편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개헌 정국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당은 전날 경기 고양시에서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고 개헌,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권력기관 개편까지 패키지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 선회에 따라 국회 차원의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이 닫혀 있던 태도에서 벗어나 논의의 물꼬를 튼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2월 1일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당론을 정하고, 6·13 개헌 국민투표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