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68년 광화문 복원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로 제작된 한글현판. 자료사진

1968년 박정희 前대통령 친필로 복원…盧정부때 논란 시작
2010년 현재의 현판 제작… 균열·색상오류로 고증 실패
문화재청, 지난해부터 ‘원래 색상 되찾기’ 연구용역 진행

우리 근 현대사만큼이나 광화문의 현판 역시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녔다.

경복궁의 정문으로 세워져 서울 도심 한복판(세종로 1-57)에 위치하고 있는 광화문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파괴됐으나 지난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복원됐다. 당시 광화문에는 박 전 대통령의 한글 친필로 제작된 현판이 걸렸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현판의 글씨가 원본이 아니라 당시 권력자였던 박 전 대통령의 글씨라는 것이 문제가 돼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에도 광화문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고종 때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2006년부터 복원을 진행해 그 모습을 2010년 공개했다.

복원한 현판에는 1865년 당시 경복궁 공사를 지휘했던 임태영 훈련대장이 쓴 한자 ‘光化門’이 적혔지만 복원 3개월 만에 현판에 균열이 가더니 색상오류 지적까지 나오며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광화문에는 2010년에 복원된 현판이 그대로 걸려 있다.

논란은 바탕색 때문에 비롯됐다. 지난 2010년 광화문이 복원될 때 걸린 현판은 현재와 같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였다. 당시에도 색상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문화재청은 도쿄대의 1902년 유리건판 사진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1916년 유리건판 사진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1893년 9월 이전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소장 사진이 발견되면서 논란은 다시 가열됐다. 이 사진을 보면 현판의 바탕색이 글자색보다 진해 검은색 바탕에 흰색이나 금색 글씨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선말기 화가인 안중식의 1915년도 작품으로 등록문화재 제 485호인 ‘백악춘효’에도 현판의 바탕은 검은색을 하고 있다.

이에따라 문화재청은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상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부터 중앙대 산학협력단과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코발트색 글씨’, ‘검은색 바탕에 흰색·금칠·금박 글씨’, ‘검은색 옻칠 바탕에 흰색·금칠 글씨’, ‘코발트색 바탕에 금칠·금박 글씨’ 등 4개의 실험용 현판을 제작했다.

또 여기에 새롭게 단청한 현판과 단청한 뒤 색이 바랜 것처럼 보이도록 인위적으로 처리한 현판을 각각 하나씩 제작해 모두 8개를 완성, 고증 작업을 벌여왔다. 그 결과, 원래 검은 색 바탕에 금박 글씨였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실험용 현판의 글씨체도 임태영 훈련대장의 글씨가 재현돼 사용됐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