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8에 탑재된 ‘삼성헬스’
의료법상 활용못해 기능 제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과 각 산업 분야가 융합하면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특히 원격의료 등 헬스케어 분야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이용자들의 편익 저하는 물론 관련 기술 발전이 경쟁국에 비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규제 혁신 추진 방안에도 해당 항목은 빠져 반쪽 규제 혁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8에는 기존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S 헬스를 업그레이드한 삼성 헬스가 탑재됐다. 삼성 헬스는 식습관, 운동량 등을 측정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주변 사람들과 운동 성과를 경쟁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특히 ‘전문가에게 묻기’(Ask Your Expert) 기능을 탑재, 사용자들은 전문의와 화상으로 연결해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처방전을 전송받아 약국에서 약을 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 출시된 갤럭시S8에는 원격의료 기능이 제외됐다. 현재 국내에선 의료법상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는 많다. 2004년 당뇨폰이나 2008년 블루투스 혈당기 등도 비슷한 이유로 국내에서 사장된 기술로 꼽힌다. 현재 의료법상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없이 환자가 직접 측정한 의료 정보를 병원에 보낼 수 없다.

특히 원격의료 불허 등은 연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중국에도 없는 규제’로 지적하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상의 측은 이 밖에도 ‘일반투자자의 영리병원 설립·운영 금지’ ‘열거식 규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중국에 없는 국내 의료 규제로 지목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국 원격의료 업체인 ‘위 닥터 그룹’은 900개 병원을 보유하고 의료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전 세계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의 90%가 중국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정부도 원격의료 등 의료 규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의료 업계 등 기득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원격의료 규제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규제 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기득권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상욱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는 “(의료 규제는) 기득권층의 반발로 규제 완화가 기술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