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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前 외교부 차관

우리가 ‘평창올림픽’이다, ‘평양올림픽’이다 하고 왈가왈부하는 사이에 미국은 ‘비상계획(Plan B)’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직전에 발사대를 부수거나 핵시설 일부를 공격하는 ‘코피(bloody nose)’ 작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공개한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WP) 폭탄을 사용해 미사일 발사대 인근의 전자 기기를 무력화함으로써 비살상(非殺傷) 공격을 통한 북한의 대남 보복공격 가능성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북한의 보복으로 인한 전면전 대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월 초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3대와 B-52 폭격기 6대가 본토에서 괌으로 이동했고, 최대 규모의 아파치 헬기 공격 훈련이 있었으며, 육군 82공정사단의 적진 투하 훈련이 실시됐다.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병력전개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한반도 지형 숙지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주 전에 공개된 미 행정부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 초안에는 냉전 종식 후 거의 폐기됐던 전술핵무기를 다시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초안이 확정된다면 미국은 1㏏ 미만의 소형 전술핵을 항공기 아닌 미사일에 장착해 북한으로 발사하거나 지하 핵시설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핵 벙커버스터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지난 25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러시아 접경지역에서 미국의 독자전쟁 가능성을 매우 우려한다”고 하면서 (전쟁 대신) 강력한 대북 압박과 미·중 협력을 주문했다. “중국과 대북 압박 공조가 안 되면 차라리 한국 핵무장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은 전술핵 개발 재개에 대해 “핵무기는 핵무기일 뿐 크기나 위력에 상관없이 사용할 경우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움직임이 무척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물론 현재까진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조치와 작업들이 외교적 해법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24일 미 행정부는 원유공업성을 비롯한 북핵 관련 기관 9곳과 개인 16명, 선박 6척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평창올림픽을 이용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전선을 교란하려는 시도는 아예 생각지도 말라는 신호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신뢰할 만한 군사적 옵션을 제공해야 외교관들이 강한 위치에서 말할 수 있다”고 하여 외교적 해법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올림픽 평화’가 펼쳐지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북 ‘비핵화’ 대화에 나오지 않고, 올림픽 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핑계로 또다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나설 때 북핵 문제의 외교적 접근법은 더 이상 설 땅을 잃게 된다. 미국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현 단계에서 미국이 군사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은 30%이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70%로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평화 세력’으로, 미국을 ‘전쟁광’으로 인식하는 듯한 언급을 절대로 피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이 기대를 저버릴 경우에 대비해 우리의 대북 핵 억지 전략을 총체적으로 재정립하기 위한 준비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