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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는 형들이랑 붙겠다고 조르던 승부욕 강한 아이”

“규칙도 제대로 모르던 어릴때
조용하면서 당돌해 인상 깊어
동급생 운동 지도 잘 도와줘”

“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조용하면서도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어요. 처음 테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아주 인상적인 아이였죠. 룰(rule)도 잘 모를 텐데 무조건 형들이랑 맞붙겠다고 조르기도 하고…. 당돌했던 그때의 현이가 지금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이강훈(37·사진 오른쪽) 삼일공고 테니스부 코치는 26일 호주오픈에서 세계의 강호를 속속 꺾으며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정현(22·한국체대·왼쪽) 선수의 유년시절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코치는 정 선수의 테니스 입문 당시 그를 직접 지도했던 스승이다. 이 코치는 지난 2003년 용인대 휴학 시절 안성 죽산초교 테니스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고등학교 선배이자 스승인 정석진 전 삼일공고 감독으로부터 정 선수에 대한 지도를 부탁받았다. 그는 “선생님 맏아들(정홍 선수)이 이미 테니스부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둘째까지 운동을 시키려는 것이 처음에는 선뜻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흔쾌히 지도를 맡기로 했다”고 했다.

이 코치는 정 선수를 “당돌했던 아이”로 기억했다. “테니스부에 들어온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대회를 앞두고 4~6학년 게임 연습을 지도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와서는 ‘형들이랑 게임 하게 해주세요’ 하고 조르는 거예요. 전혀 기초가 없던 터라 규칙도 제대로 가르쳐준 적이 없었거든요. ‘가서 스윙 몇 개 더 하고 오라’고 했더니 금세 하고는 다시 오더라고요. 결국 게임을 허락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민규(43) 삼일공고 교사는 “현이는 내성적이지만 친구들의 운동지도를 곁에서 잘 돕던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체육 수업 때 운동신경이 부족한 동급생 지도를 자주 돕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졸업하고 나서도 학교 테니스장에 종종 찾아와 후배들의 연습을 거들며 계속 유대를 쌓아왔다”고 말했다. 김동수 삼일공고 교장은 “정 선수는 46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학교 테니스부의 희망이자 후배들의 귀감”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수원=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