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1% 성장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호조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선전한 덕이 크다. 설비·건설 투자도 크게 늘었고 민간소비도 완만한 회복세였다. 제조업 성장률도 6년 만에 최고치다. 2.1% 성장에 그친 서비스업 부진은 ‘흠집’이다. 3년 만에 3%대 성장 진입이 공식 확인됐으니 반가운 일이다. 정부가 올해를 소득 3만 달러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는 선언과도 상응한다.

하지만 올해도 3%대 성장이 계속될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걸린다. -0.2% 성장으로 분기기준 9년 만에 최저다. 한은은 전분기 ‘놀랄 만한’ 성장에 따른 기저(基底)효과와 최장 추석 연휴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경기가 호전될 때 분기‘깜짝 성장’이 있었지만, 다음 분기에 기저효과 때문에 곧바로 마이너스로 추락한 적은 없었다. 성장세가 꺾이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큰 우려는 문재인 정부가 쏟아낸 반(反)시장 정책의 후유증이 올해 본격화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습은 이미 서민경제 근간을 흔들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아우성이다. 고용시장 취약층 20대·60대의 ‘날벼락 해고’도 속출한다. 한은도 이 여파로 올해 신규 고용 2만 명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반기업·친노동’ 기세에 눌린 대기업 사기(士氣)도 바닥이다.

정부가 진정 3%대 성장 안착을 이어가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 한다면 성장 주체인 민간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반기업 정책을 양산한 채 혈세 투입 등을 통한 대증요법으로 부작용을 덮으려만 하면 수치는 일시적으로 높아질지언정 결국 경제는 더 퇴보할 뿐이다. 이제라도 경제에 독이 될 게 자명한 정책은 과감하게 접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노동시장 개혁도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 24일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서도 한국의 노사협력 지표는 조사 대상국 119개국 중 116위로 ‘꼴찌’다. 규제개혁도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을 따돌리는 반쪽짜리가 아닌 모든 기업을 아우르는 ‘진짜 혁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