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남녀 배우 몸값 차이로 시끌시끌합니다. 최대 1500배 격차가 있다는 보도도 있었죠. 국내 남녀 배우의 개런티 차이도 적잖습니다. 가득이나 여배우들의 쓰임이 저조한데 이 같은 현실은 여배우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만들죠.

반면 한 영화 관계자는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정말 남녀 배우가 같은 출연료를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는 “성별을 기준으로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인기에 따른 티켓파워가 출연료의 기준 아닐까요?”라고 첨언했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충무로 톱클래스 배우들의 출연료는 ‘7+7’ 혹은 ‘6+6’으로 불립니다. 출연료 7억 원에 수익 지분 7%라는 뜻이죠. 연말연시 극장가를 달군 몇몇 남자 배우들의 몸값이 이 정도 수준이죠. 하지만 국내 여배우 중 아직 이 수준에 도달한 이는 없습니다. 또 다른 충무로 관계자는 “남성 캐릭터 위주 영화들이 제작되기 때문에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남성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의 흥행 확률이 높다는 건 수치로 증명됐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하죠.

남녀 연예인의 몸값 차이는 영화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채널별로 차이는 있지만, 회당 1000만 원이 넘는 개런티는 ‘국민 MC’라 불리는 방송인들의 전유물입니다. 유재석, 강호동이 처음 이 고지를 넘었고 신동엽, 김구라 등 내로라하는 방송인들이 이에 육박하는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출연 기회조차 얻기 힘든 여성 방송인에게는 요원한 꿈입니다.

결국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논리입니다. 남성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관객이 찾고, 남성 방송인이 진행하는 예능의 시청률이 높으니 그들을 더 많이 쓴다는 거죠. 이 논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습니다. 영화계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당사자들은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에 상영관을 배정할 뿐”이라고 해명하곤 하죠.

하지만 수용자는 공급자가 제시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여배우나 여성 방송인들은 활약할 기회를, 대중은 그들을 보고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건 아닐까요? 영화 ‘아가씨’나 예능 ‘윤식당’의 성공은 ‘남자=성공’이 아님을 웅변하는 예가 아닐까요?

차별(差別)과 차이(差異)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합당한 이유’입니다. 합당한 이유로 임금을 달리 지급하면 ‘차이’, 합당한 이유 없이(성별, 종교, 외모 등) 격차를 둔다면 ‘차별’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세상을 이 같은 이성과 논리만으로 재단할 순 없을 겁니다. 상생과 화합을 더 높은 가치라 볼 순 없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한 번쯤 돌아봐야 할 가치 아닐까요?

real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