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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간식거리로 우리 국민은 군고구마와 군밤을 사랑한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겨울철 간식을 조사한 결과, 군밤·군고구마가 2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붕어빵(16.0%)과 어묵(11.7%)이 뒤를 이었다.

군밤타령을 들으면 추위에도 몸이 한결 따뜻해진다.

우리 선조는 겨울이면 간식으로 군밤을 먹거나 밤송이를 모아 아궁이에 불을 땠다.

정월 대보름날엔 생밤을 씹으면서 피부에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했다. 술 마실 땐 밤을 안주로 즐겼다. 이는 경험에서 우러난 생활의 지혜다. 피부 건강에 유익하고, 알코올 분해를 도와 숙취를 덜어주는 비타민C가 밤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사실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밤은 조상과의 뗄 수 없는 연(緣)을 뜻한다. 이는 최초의 씨밤(조상)이 밤나무에 오래 달려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조상을 모시는 위패·신주를 밤나무로 깎고 차례상에서 밤이 대추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그래서다.

‘동의보감’에선 밤이 ‘가장 유익한 과일’로 칭송된다. “기운을 돋우고 위장을 강하게 하며 정력을 보한다”는 대목도 나온다.

과거엔 밤이, 특히 남성에게 이롭다고 했다. 밤송이의 날카로운 가시가 남성의 강함을 뜻하며 밤꽃 향취가 남성의 정액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다. 지금도 일부에선 말린 밤(황률)에 두충을 함께 넣고 달인 것을 정력 식품으로 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도 겨울철 별미다. 군고구마 맛이 기막힌 것은 고구마에 열을 가하면 단맛이 상승되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구우면 녹말이 당분으로 바뀐다. 굽기 온도를 60도가량으로 유지하면 단맛이 절정에 이른다. 고구마를 냉장 보관하면 반대로 당분이 녹말로 바뀌어 단맛이 떨어진다. 고구마를 냉장고 대신 신문지·비닐봉지 등에 2∼3개씩 잘 싸서 실온에 두거나 채반·양파망 등에 넣어 어둡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라고 권장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호박고구마·밤고구마·자색고구마 품종이 있다. 재래종인 담주황색 고구마를 개량한 것이 호박고구마다. 고구마와 호박을 교잡한 결과라고 오인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찌거나 구웠을 때 속이 호박같이 담주황색을 띠고 맛이 달아 호박고구마란 이름이 붙었다. 밤고구마는 호박고구마보다 전분이 많고, 수분이 적다. 밤을 먹었을 때처럼 입에서 바슬바슬 부서지는 식감을 내서 밤고구마다. 껍질과 속이 모두 자색인 자색고구마엔 보라색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단맛은 호박고구마·밤고구마보다는 적다.

고구마는 영어로 ‘sweet potato’(단 감자)다. 단맛을 가진 마 또는 토란이란 뜻으로 감저(甘藷)라고도 불린다. 제주도 향토음식이자 겨울 절식(節食)인 감제떡(감제침떡·빼대기떡)은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로 만든다. 고구마와 감자는 완전히 다른 작물이다. 감자의 식용부위는 줄기인 데 반해 고구마는 뿌리다. 분류학상으로도 둘은 ‘친척’ 사이가 아니다. 감자는 가지, 고구마는 나팔꽃과 더 가깝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