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와의 절연(絶緣)’을 선언하고 나섰다. 22일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 신융합기술과 신산업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때문에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제대로 할 수 없다거나 세계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 근거 규정이 있어야 사업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 달라”고도 했다. 신제품·신기술 출시 때 선(先)허용, 필요시 후(後)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도 강조했다. 관련 공무원 면책 확대도 주문했다.

출범 이후 반기업정책을 쏟아낸 문 정부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규제혁신에 적극 나선다니 반갑다. ‘규제 후진국’ 오명까지 듣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할 당면 과제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역대 정권 초마다 반복돼온 ‘초심(初心) 뒤 흐지부지’ 기시감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요틴’처럼 없애겠다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암 덩어리’를 도려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규제는 줄기는커녕 되레 늘기만 했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리 규제가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보다 많다”고 했을까. 반기업 정서가 강한 문 정부가 이 난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그 기본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을 줄곧 반대해온 정권 아닌가.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맹약(盟約)한 ‘혁명적 규제혁신’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구호만 단호할 게 아니라 실천도 단호해야 한다. 정치인과 관료집단, 이익단체들이 강철처럼 단단히 결탁한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을 깨부수는 난업(難業)이기 때문이다. ‘이념의 덫’에서도 빠져나와야 한다. 보수정권이 추진했던 규제혁신 법안이라도 그 내용이 옳다면 지지층을 적극 설득해서라도 받아들이는 과단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기업이 신뢰해야 그 어떤 규제개혁 정책도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친기업 정부들도 실패한 규제혁신을 이 정부가 해낸다면 문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