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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투병끝 완치 앞둔 김정현 양
“병상에서 책 읽으며 꿈 꿨는데…
막연하던 꿈 손에 잡힐 듯 선명”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작업실. 동그란 무테안경을 쓴 김정현(17·사진 오른쪽) 양은 짧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진지하게 자신이 기획한 광고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이제석광고연구소’ 이제석(왼쪽)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김 양의 설명을 들었다. 김 양은 투병 기간 병상에서 이 대표의 책인 ‘광고천재 이제석’을 읽으며 공익 광고 기획자를 꿈꾸게 됐고, 이날 만남으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김 양은 2015년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려 항암 치료를 받으며 긴 투병 시간을 보냈다.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얼굴이 2배 이상으로 커지는 등 독한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결국 지난해 8월 항암 치료를 종료하고 완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소아암 아동 환자는 성인보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완치율이 높다. 환자 중 80% 정도는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다.

유명 광고 제작자인 이 대표와 만나고 싶은 김 양의 꿈은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 성취를 도와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의 중재로 이뤄졌다. 그런데 단순한 만남보다는 구체적인 광고 제작을 함께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 대표가 역으로 제안해 김 양의 첫 광고 기획 회의가 성사됐다. 이날 광고 회의의 재료는 김 양의 투병 기간 겪은 경험.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다닐 때 받은 따가운 시선, 병이 옮는 것 아니냐며 따돌림당하는 소아암 아동들의 상처를 김 양은 이번 광고를 통해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회의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실무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대표는 “실제 광고 기획 회의와 똑같이 진행했다”며 “고집스럽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이런 실제적인 회의가 꿈을 키워가는 데 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양의 경험은 달걀에 마스크를 씌운 이미지와 “품어주시면 태어나요”라는 문구가 더해진 광고로 재탄생했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면역력 부족 때문에 늘 마스크를 써야 하는 소아암 아동을 표현해 따듯한 시선으로 소아암 아동을 감싸면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김 양은 광고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할 생각이다. 김 양은 “이번 만남으로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졌던 꿈이 손에 잡힐 것처럼 선명해졌다”며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광고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