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영리 작가가 경기 양평에 있는 작업실에서 프레스코 기법으로 완성하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갤러리조은 제공

김영리 ‘Ah…’展 25일부터

평행선, 사선, 바둑판무늬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와 명도가 같은 유사 색, 보색을 병렬시켜 놓았다. 뚜렷이 어떤 대상을 그렸는지 알 수 없는 추상이지만 왠지 조화로우면서도 긴장감을 유발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프레스코 기법(회반죽 벽에 그려진 일체의 벽화기법)을 이용해 착시와 몽환적 화면을 선보여온 김영리(59) 작가의 개인전 ‘Ah…’전이 25일부터 2월 22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조은(02-790-5889)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오랜 침묵을 깨고 전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김 작가의 신작 20여 점이 선보인다.

김 작가는 국내에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홍익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화단에 데뷔한 그는 10년간 뉴욕에서 생활하며 현대미술의 중심지 소호에 위치한 갤러리를 기반으로 작가활동을 했다. 그리고 미국생활 중 기획자의 눈에 띄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에 방영되는 아트프로그램에 34인의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키스 해링, 백남준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함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그는 미국 현지에서 명성을 떨쳤다.

그 후 귀국해 25년간 자연 속(경기 양평)에 터를 잡았지만 역설적이게도 눈에 보이는 자연보다 인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세계를 모색해 왔다. 그 같은 탐색 속에 김 작가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프레스코 기법을 현대회화에 차용한 회화의 전형을 완성해 냈다. 작업은 화면에 회(灰)를 칠하고, 회가 마른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기법으로 화학성이 없는 천연물감을 주로 사용해 향후 보존성도 매우 높다.

프레스코 기법은 본래 회반죽 벽이 마르기 전, 즉 축축하고 ‘신선’(이탈리아어로 프레스코)할 때 물에 녹인 안료로 그리는 부온 프레스코(buon fresco) 기법 및 그 기법으로 그린 벽화를 가리킨다. 이에 더해 회반죽이 마른 후 그리는 기법을 세코 프레스코(secco fresco), 어느 정도 마른 벽에 그리는 것을 메초 프레스코(mezzo fresco)라고 부른다. 이 중 김 작가는 세코 기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김 작가는 “신작에는 사계(四季), 남과 여, 사랑, 고독 등 삶 속의 이야기 등이 파노라마처럼 담겨 있다”며 “전시 타이틀 ‘Ah(아)…’는 발음 그대로의 소리를 낼 때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에 관람자가 타이틀이 주는 ‘정의’보다는 작품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본 후 각자 정의를 내리길 바라고, 내 작품이 내면의 새로운 기폭제 역할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