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불과 18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1988년 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북한이 휘젓고 있기 때문이다. 숨 가쁘게 진행될 남북 실무회담과 상호 방문, 공연 일정을 고려하면 그런 기류는 더 확산할 것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어떤 기량을 보여줄 것인지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이런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고 잘못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 탓’이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북핵·도발은 외면한 채 굴욕적일 정도의 저자세로 북한의 올림픽 무임승차를 거드는 데 대한 국민의 불만임을 직시해야 한다.

21∼22일 한국을 방문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경호와 숙식 등에서 국가 정상급 예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당초 20일 방문키로 했으나 19일 저녁에 돌연 취소했다. 이유 설명도 없었고,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따지지 못했다. 현 단장에게 질문하려는 취재진에게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불편해하신다”며 제지했다. 황영조체육관을 둘러본 북한 점검단이 “실망스럽다”고 하자 남측 관계자가 “미리 연락 주셨으면 5만 석 규모로 만들 수 있었는데” 운운했다. 남북 어느 쪽 당국자들인지 의심해야 할 지경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이 20일 합의한 북한 선수단에 대한 ‘특혜’는 지나치다. 출전 자격이 없는 북한 측에 5개 종목에 46명의 선수단 참가를 허용한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과도하게 훼손한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공동 입장 때 태극기를 들지 못한다.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은 더하다. 태극기를 달지도, 애국가를 듣지도 못하고 ‘COR’ 약칭을 달아야 한다. 각 경기마다 북한 선수 3명만큼 기회도 줄어든다. 당연히 제 실력도 발휘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 측은 “북한이 참가하면서 적어도 올림픽 기간만큼은 평화롭게 행사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니 북한 매체들이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워싱턴포스트도 20일 ‘김정은이 운전대를 잡고, 문 대통령은 조수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뒷좌석에 앉았다’고 보도했겠는가.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 북핵과 평화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말고, 위장 평화쇼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