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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아파트 재건축 규제’ 파장은…

재건축 가능 준공30년 아파트
거침없는 가격 상승세 이어져
정부 2014년 푼 규제 조일 듯
수요 일반분양으로 옮겨갈수도

전문가 “사업 무산땐 공급 부족
수년뒤 다시 폭등 초래 가능성”
40년이상·신규 투기 몰릴수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 이후 국토부는 재건축 규제 강화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연한 확대 시 직격탄을 맞는 준공 30년 안팎의 아파트 단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연한이 늘어나도 관계가 없는 40년 안팎의 단지나 재건축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단지, 신축 아파트들은 몸값 상승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강화 시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을 누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수요가 준공 40년 안팎 또는 신규 단지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상승 요인이 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부르는 게 값…재건축발(發) 가격 급등=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9일 재건축 연한 확대 가능성에 “현재로써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18일 김 장관은 “구조 안전성의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 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흘도 채 안 돼 입장을 바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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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투기 단속에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는 데다 이 같은 급등이 정부의 미숙한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2 대책으로 2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옥죄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졌고, 특목고·자사고 폐지 발표가 강남 8학군 부활을 부추기며 강남 아파트, 그중에서도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재건축 아파트 수요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보유세 인상 시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이지만, 논의 초반이기 때문에 실제 적용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올해 준공 30년을 맞은 1988년생 아파트와 30년을 앞둔 1987년생 아파트 등의 가격은 거침없는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83.06㎡는 지난해 12월 실거래가가 12억8000만 원이었는데 1월 현재 호가는 14억 원까지 치솟았다.

◇2014년 완화한 재건축 규제 다시 조이나=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 방향은 2014년 9·1 대책 때 발표된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살펴보면 가늠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며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었고, 이에 따라 아파트 재건축이 쉬워졌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인 것이다. 9·1 대책 전 서울시의 경우 1986년에 재건축 연한 30년을 적용하고 이후 준공 연도가 1년 늘어날 때마다 연한을 2년씩 늘려 분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1986년 준공 아파트는 2016년, 1987년 아파트는 2019년, 1988년 아파트는 2022년으로 연한이 3년씩 벌어졌다. 하지만 9·1 대책은 1986년 이후 30년의 연한을 일괄 적용해 1986년은 2016년, 1987년은 2017년, 1988년은 2018년에 재건축이 가능해지도록 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기도 수월해졌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 비중이 40%에서 20%로 낮아진 반면,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 부문 가중치 비중은 15%에서 40%까지 올라갔다. 이 밖에 재건축 아파트의 연면적(바닥면적 합계) 제한도 없앴다.

◇집값 잡힐까… 정부 “재건축 부담금 최대 8억 원” 경고=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강화 시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초래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일단, 사업이 뒤로 밀리고 안전진단 문턱이 높아지면 수익률을 명확히 알 수 없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기준이 바뀌어도 이미 연한을 채웠거나, 조합 설립 등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단지로 투기 수요가 집중되며 오히려 집값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재건축 시기 분산으로 공급이 줄면서 결국 몇 년 뒤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22일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올해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 15개 재건축 아파트의 1인당 부담금이 평균 4억3900만 원, 최대 8억4000만 원까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건축 규제 강화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전망이 엇갈리자 ‘세금 폭탄’ 가능성을 언급하며 다시 한 번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다시 한 번 시그널을 보냈다”며 “값이 오를 거란 막연한 기대심리로 들어간 투자자들에게는 고민스러운 대목일 수밖에 없어 재건축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센터장은 “투자수요가 재건축에서 강남권 일반분양(올해 1만8000가구)으로 옮아갈 수 있다”며 “만약 부담금 경고카드로도 안 먹힐 경우 재건축 규제 강화가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