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비용 줄이고 검증기간 가져라

“단골손님한테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상규 씨는 6년 전의 선택을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했다. 당시 회사를 그만둘 때만 해도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었다. 속초에 내려간다고 하니 괜히 ‘루저’가 된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6년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그는 이제 완전히 달라진 삶의 주인공이 됐다.

“제가 회사를 그만둔 게 40대 중반이에요. 한창 일할 나이죠.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 내 미래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쌓였고, 50이 넘어가면 그만둘 용기가 없어질 것 같더라고요. 월급을 받고 있으면 괜히 합리화하고 타협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용감하게 저지른 겁니다. 그런데 6년간 고생하고 나니 이젠 차츰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 가게에서 제가 원하는 시간에 제 방식대로 일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옛 동료들이 오히려 저를 부러워합니다. 땅 좀 봐달라, 보드니아 2호점 내줘라 등등. 그분들도 나름 성공적인 삶을 꾸려 오고 있지만 저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씨는 앞으로도 이 로스터리 카페를 소박하게 아내와 단둘이 지킬 예정이다. 프랜차이즈로 확대하거나 테이블을 필요 이상으로 늘릴 계획은 없다. 처음 꿈꿨던 그대로 보드니아만의 고유한 커피를 계속 만들 작정이다.

“보드니아는 만화가 김혜린 작가의 ‘북해의 별’에 나오는 북유럽 가상 국가의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커피의 이상국가를 만들고 싶다는 제 오래된 소망을 담은 거죠.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이웃과 더불어 잘사는 삶이요.”

이 씨는 자신처럼 자영업을 꿈꾸는 수많은 예비창업자를 위해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

“지금 와서 보면 저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창업과정에서 무엇보다 현실적인 부분을 놓치기 쉬운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아이템부터 잘 알아야 합니다. 준비하는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결국은 단골손님에게서 매출이 나온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물론 비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검증기간을 통해 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만약 커피를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미리미리 많이 마셔 보고, 경험해 보세요. 조언이 필요하다면 속초로 오십시오. 2호점을 차려 드릴 수는 없지만 언제든지 제 경험담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속초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