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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태극기(太極旗) 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사진들이 있다. 1948년 8월 15일 중앙청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 축하행사장의 빛바랜 사진과 상하이임시정부 설립 때 찍은 임시의정원들의 기념사진, 일제 요인들을 향해 폭탄을 투척한 윤봉길 의사가 거사 전날 찍은 사진,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독립 만세운동을 벌이는 사진…. 초등학교 때부터 국사 교과서 등에서 봐왔던 이들 사진에는 어김없이 배경에 태극기가 등장한다. 이처럼 독립운동가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지키고자 했던 것은 바로 태극기였다. 태극기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공식적인 징표이자,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적 자긍심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국기(國旗)제정에 대한 논의가 처음 있었던 것은 1876년 1월이었다. 운양호사건을 계기로 조·일 양국 간 강화도조약 체결 시 일본 측은 ‘운양호에 일본 국기가 게양돼 있었는데, 왜 포격했느냐’면서 트집을 잡았다. 하지만, 조선 측에서는 국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조정에서 비로소 국기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882년 수신사 박영효 등이 일본에 갈 때 태극 사괘의 도안이 그려진 기를 만들었고, 숙소 건물 지붕 위에 기를 게양했는데, 이것이 태극기의 효시다. 이것을 조정에서 1883년 정식 국기로 채택, 공포했고, 대한민국이 수립된 후 1949년 문교부가 음양과 사괘의 배치안을 결정, 오늘에 이르렀다.(한국근현대사사전, 2005, 가람기획) 태극기를 당당하게 앞세우고 처음 출전한 감격의 올림픽은 1948년 제5회 스위스 생모리츠동계올림픽이다.

3주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이 안보 위기에 놓여 있는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고 한반도 평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북한 체제 선전도구로 이용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북한이 빈손으로 와 숟가락만 얹어놓을 게 뻔한데도 정부가 알아서 기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남북이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선수단이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기로 합의했다. ‘비핵화’에 대한 논의도 없이 북한의 공식 요구도 없었는데 우리 정부는 태극기를 자진해서 포기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순국선열들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나 이렇게 외칠 것 같다. “어떻게 지켜낸 태극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