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정리해야하는 것만 마무리
다시 사임하고 물밑 변론할 것”
“시간끌기 전략” 등 해석 분분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공판을 앞두고 재수임을 하면서도 정작 법원에는 2주 가까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유 변호사의 이 같은 늑장 행보에 “결국 다시 사임하고 물밑에서 변론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첫 공판준비기일까지 유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을 경우 법원에 의한 국선변호인 지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 변호사는 지난 4일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된 당일 서울구치소에만 선임장을 낸 뒤 17일 현재까지 법원에는 선임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 선임계는 법원이나 검찰에 제출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김한규 변호사는 “통상 법원에 선임계를 제출해야 검찰 증거 기록을 열람 및 복사 신청하는 등 변론 준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 변호사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유 변호사의 의도를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한 변호사는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생활이나 수표 30억 원 등 재산에 대해 상의하는 이른바 ‘집사변호사’로서 변론준비기일 전후로 꼭 정리해야 하는 것들만 마무리한 후 다시 사임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변론을 맡았던 사선 변호인들은 “두 가지 재판 중 하나는 사임했는데, 다른 하나는 다시 수임하면 모양새가 우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재판’ 1심 선고를 받을 때까지 ‘국정원 재판’을 최대한 끌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희생양’ 프레임을 내세우며 국정농단 재판에 불출석하고 있지만, 자신이 직접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 재판의 경우 적극 방어를 위해 직접 출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 변호사 측이 “변론 준비가 덜 됐다”며 특활비 재판 심리를 계속 미루다가 국정농단 1심이 끝난 뒤에야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