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겨냥’ 檢수사 반응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국가정보원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사필귀정”이라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촉구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모든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거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 “이제라도 실체적 진실을 고백하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대책회의를 소집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독재자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연상케 한다”며 “법망을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으로, 한나라의 대통령답지 못한 꼴사나운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대표적인 ‘MB 저격수’인 박영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백준이 구속됐는데 아마 MB가 좀 걱정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다다랐다고 보고 공세의 고삐를 조여갈 태세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cpbc 라디오에서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실을 알았다면) 뇌물죄 공모 관계가 되는 것”이라며 “이런 속도면 설(2월 16일) 전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을 모두 법정에 세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을 위해 국정원 댓글(사건)에 다스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특활비까지 엮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한풀이를 달성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별도 논평은 내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 “‘침묵 모드’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감싸고 돌다가 자칫 당이 다시 유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김철근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이 전 대통령이 연관돼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관련이 있다면 조사를 받고 법적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도 “이 사안은 정치적으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