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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는 더욱더 악화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며 영화는 바로 그런 희망에 관해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고 홍기선 감독의 소신이 그의 유작(遺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홍 감독이 최근 20년 동안 발생한 군내 비리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1급기밀’(사진)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집단에 맞서 내부고발자로 나서는 한 군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홍 감독은 지난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비리 폭로를 비롯해 2002년 공군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해군 납품비리 폭로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영화를 기획했다. 그는 ‘선택’(2003년), ‘이태원 살인사건’(2009년)에 이은 ‘사회고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이 영화 촬영을 마친 후 2016년 12월 15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고인과 끈끈한 정을 이어온 명필름 대표 이은 감독이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

야전부대에서 근무하며 승진도 늦어진 육군 중령 박대익(김상경)은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장으로 발령 나자 가족과 함께 뛸 듯이 기뻐한다. 출세 가도가 눈앞에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바르게 군 생활을 해온 박 중령은 항공기 부품 납품업무를 처리하던 중 미국 업체가 특혜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제대로 된 부품 검사를 요구하던 공군 대위 강영우(정일우)가 사고를 당하자 상관인 천 장군(최무성)에게 조사를 부탁한다. 하지만 천 장군은 ‘식구’를 내세우며 이를 묵살하고, 그의 오른팔인 남 대령(최귀화)은 인사기록까지 조작해가며 사고를 강 대위 책임으로 몰아간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추진하는 천 장군과 미국 업체의 로비스트 캐서린(유선)의 유착관계까지 알게 된 박 중령은 방송국 시사프로그램 기자 김정숙(김옥빈)과 함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나선다.

군 수뇌부의 은밀한 거래가 빠르게 전개되며 범죄극의 재미를 선사한다. 또 박 중령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 그리고 그의 가족이 겪는 고통 등을 묵직한 드라마로 펼쳐내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밀도감이 다소 떨어지고, 개연성이 촘촘하진 않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난의 길로 들어선 주인공의 진솔한 표정만으로도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충분히 다가온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