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6일 오전 서울의 한 시장 주변에 전기선과 통신선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이처럼 정리되지 않은 전선은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정부·지자체 ‘하나 마나’ 점검
통신사업자는 엉터리 사후관리
화재 등 대형사고 부를까 불안
지중화사업 재정부족 지지부진

서울 도심 하늘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전선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매년 평균 공중선(통신·유선방송 선 등) 정비사업에 1765억 원을 쓰고 있지만, 당국의 ‘하나 마나’식 점검과 통신사업자의 도덕적 해이가 빚은 엉터리 사후관리가 서울 하늘을 어지럽히는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공중선 난립은 도시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자칫 화재 등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 공중은 각 가구로부터 이어진 인터넷 선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일부는 끊어져 대롱대롱 매달린 채 성인 남성 머리 높이까지 늘어져 있기도 했다. 주민 박모(42) 씨는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끊어지거나 너저분하게 난립한 전선들을 만지다 사고가 날까 두렵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전선 낀 하늘을 보며 성장해야겠느냐”고 불평을 쏟아냈다. 지모(여·56) 씨는 “봄까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텐데, 불이라도 나면 큰일”이라며 “민원도 넣어 봤지만 ‘지속적인 현장점검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 달라진 게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도시미관을 개선하고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공중선 정비사업에는 정부·지방자치단체·통신사업자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2년 11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사업 추진이 결정된 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8조(기술기준) 등에 따라 분기별로 점검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공중선 정비사업을 위해 2013∼2016년 동안 총 7060억 원을 투입했다.

이처럼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도 공중선 정비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중선 정비구역 사후점검 결과 통신사업자에게 내려진 시정명령 및 권고는 2014년 1727건, 2015년 989건, 2016년 1035년 등으로 연평균 1250건에 달했다. 변 의원은 “지난해에는 2분기까지 집계된 시정명령 및 권고만 835건에 달했다”며 “공중선 정비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사업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개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강도 높은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전신주를 땅속으로 넣는 지중화가 꼽힌다. 실제로 지자체별로 지중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두고 한국전력공사 등과 충돌해 진척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한전이 비용의 3분의 2를 부담했지만, 한전의 적자로 재정부담이 심해지면서 지금은 시가 50%를 부담하고 있다”며 “최근 경영 상황이 좋아진 한전의 부담 비율을 다시 높이는 쪽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훈·이희권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