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2부. 혁신없는 산업, 근본부터 바꿔라 - ② 구체성 결여된 에너지정책

재생에너지 정책수립 지연 초래
계통연결·규제해결은 해결안돼

핵심기술 R&D투자 확대 비롯
화석연료 설비 친환경성 보완
분산형 電源 자생력 확보 필요

“앞으로 20년 안에 연간 8조 달러에 달하는 기존 에너지 산업은 충격적인 결말을 맞는다. 디지털과 청정에너지 기술이 자원 기반 산업을 붕괴시킬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교수이자 미래학자인 토니 세바는 저서 ‘에너지혁명 2030’(원제 Clean disruption of Energy and Transportation)에서 모든 새로운 에너지는 태양과 바람에 의해 제공되며 기존의 석탄·석유 원자력 에너지 발전은 2030년까지 붕괴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래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태양광·풍력 발전이 십수 년 안에 기존 에너지 발전을 대체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등 후발주자들도 이 분야에 대한 산업 활성화가 두드러지며 앞서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불필요한 ‘탈(脫)원전 논란’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면밀한 정책지원 수립이 미뤄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국내 전체 전력생산의 20%까지 올리기 위해 총 1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연말 내놓았지만 만시지탄이란 지적과 함께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내용에 대해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6일 정부와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은 2030년까지 신규 설비투자로 공공 51조 원과 민간 41조 원 등 92조 원과 정부예산 18조 원을 투입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63.8GW까지 보급해 발전량 비중 20%를 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참여와 직결된 계통 연결 문제를 비롯해, 여전히 존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입지규제 및 사업의 수익성을 해치는 각종 규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에너지전환 정책이 ‘탈원전’에만 매몰돼 이를 어떻게 면밀하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부족한 결과라는 게 공통의 시각이다.

사실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통해 미래 에너지에 대한 10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정책지원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산업발전을 유도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2014~2035년)’을 수립했지만 이 같은 계획은 지금까지 유명무실했다. 정부는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초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정안’을 신재생에너지 정책심의회를 거쳐 확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앞서 달리는 경쟁국을 따라잡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2022년의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920GW(43%) 이상 증가(2016년 기준 2135GW)할 전망이다. 발전량 역시 2022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현재보다 3분의 1 이상 증가해 8000TWh(2016년 기준 6012TWh)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중국, 인도 및 독일 3개국의 전체 전력소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재생에너지 선두국가로 꼽히고 있다.

현재 세계 태양광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고, 태양광 셀의 60%를 제조하고 있다. 중국의 시장과 보급 정책은 태양광 수요, 공급, 가격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게 IEA의 분석이다. 미국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증가 부문에서 세계 2위의 시장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 이를 추격하기 위해선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지원과 함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불가피하다.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 핵심기술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 차원에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화석연료 설비의 친환경성의 보완과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소규모 분산형 전원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