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중훈(왼쪽 사진 앞줄 가운데) 한진그룹 창업주는 지난 1981년 9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정주영(〃 오른쪽) 현대그룹 회장 등과 함께 1988 서울올림픽 유치 활동을 펼쳤고, 아들 조양호(오른쪽 사진 왼쪽) 한진그룹 회장과 손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대한항공 제공

조중훈, 서울올림픽 유치 주역
정·재계인맥 총동원해 힘 보태

조양호, 64만㎞ 돌며 평창 따내
아들 조원태와 성화 봉송 나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재계에선 처음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부자’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부터 3대에 걸쳐 1988 서울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조중훈 창업주는 서울올림픽 유치 주역 중 한 명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함께 서울이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조중훈 창업주는 재계올림픽유치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프랑스 정·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프랑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설득했다. 조중훈 창업주는 또 아프리카의 대표 격이었던 리비아 IOC 위원의 숙소를 찾아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서로 도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그의 설득으로 리비아 IOC 위원은 1981년 9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개최지 선정 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서울 유치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조중훈 창업주는 이에 앞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던 일본 나고야(名古屋)를 찾기도 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100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를 실천한 것. 조중훈 창업주는 나고야에서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전단을 모아 이를 번역한 후 IOC 총회에서 배포했다.

조양호 회장이 부친의 뒤를 이었다. 조양호 회장은 2009년 9월부터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2년간 지구를 16바퀴 돌 수 있는 약 64만 ㎞를 이동하며 34개의 해외 행사를 소화했다. 조양호 회장은 IOC 위원과 국제 스포츠 관계자들이 조언한 대로 전략을 수정해 북한 등 정치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 접근했다.

2010년·2014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경쟁에서 캐나다와 러시아를 도왔던 미국의 컨설팅 회사 헬리오스파트너스와도 손을 잡았다. 적과 손을 잡을 수 없다는 반대도 있었으나 조양호 회장은 선대의 지피지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을 통해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유치를 확정했다.

조양호 회장은 2014년 7월부터 2년 동안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대한항공은 2015년 3월 국내 후원사 중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최고 등급 공식 파트너가 됐다. 조양호 회장은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한진그룹에서 조직위에 파견한 인력 48명을 조직위에 남겨놓았다. 대한항공은 국내 최초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국가대표 이승훈, 모태범 등이 대한항공 소속이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13일 아들 조원태 사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봉송했다. 조원태 사장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파이낸스빌딩까지 뛰었고, 조양호 회장은 파이낸스빌딩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이어 달렸다. 대한항공 배구단 구단주인 조원태 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한국배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스포츠 외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특히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조양호 회장은 성화 봉송을 마친 후 “안전하고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많은 성원을 받는 것을 보니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꼭 참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