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분위기에 편승
스마트폰 케이스 판매위해
크라우드펀딩했다 여론 뭇매
‘뷔페니즘’비판 용어도 등장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판매하기 위해 모금 중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사진이 올라왔다.

이 케이스는 이른바 ‘페미니스트 굿즈’로 홍보됐다. 판매자는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바로 성차별이다”라며 “(페미니스트라고 쓰인) 케이스를 바라볼 때마다 항상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세상의 변화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초반에는 펀딩 후원자가 줄을 이었으나 곧이어 “페미니즘이 뭔지도 모르면서 페미니스트라고 속여 물건을 파는 것 같다” “페미니즘이 돈 될 것 같으니까 문구 넣고 비싸게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인이 만든 디자인 이미지라고 서명도 붙여놨지만 구글에서 주워 온 이미지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이 페미니스트인 척하며 이익을 얻는 건 문제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판매자가 자신이 ‘여성 페미니스트’라고 밝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펀딩은 후원 마감일이 되기도 전에 중단됐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저는 여성 페미니스트다. 하지만 지식이 부족했고 글 면에서도 공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다음에는 이러한 실수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여성이 겪는 성차별 등을 다룬 책 ‘82년생 김지영’이 인기리에 판매되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며 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페미니즘을 악용한 상술 탓에 ‘반(反) 페미니즘’ 목소리도 커진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을 비꼬기 위해 ‘뷔페니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 중이다. 그들은 이 용어를 ‘페미니스트들이 뷔페에서 음식 골라 먹는 것처럼 자기가 유리한 부분만 주장하고 불리한 부분은 회피한다’는 의미로 쓴다. 청와대 국민청원만 해도 ‘페미니즘은 나치즘과 같이 나라를 좀먹는다’ 등 다소 과격하고 황당한 청원들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 대해 갈등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최근 일련의 과정들은 흠집 내기 같은 비방을 목표로 한다”며 “합리적 토론을 위해 상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크라우드펀딩 같은 경우 모니터링이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가진 상품일수록 업체 측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갖고 스크리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