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금융위 ‘금융혁신 추진방향’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목적”
사외이사·감사위원 추천때
대표이사 영향력 제외 논란
업계 “노조 경영참여 길열어”

금융 당국이 15일 은행·카드 수수료를 끌어내리고, 민간 금융권의 CEO 인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은 금융 당국은 물론, 민간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금융 당국이 내세운 목표의 핵심 골자가 민간 금융사의 경영을 압박하고 대형 은행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치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현 경영진의 개입은 차단하면서도 노동조합이 경영에 개입할 길을 열어줬지만, 정작 정치권·금융 당국의 ‘낙하산’ 투입을 막을 장치는 만들지 않은 것은 금융 혁신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통해 “금융 당국·금융회사 등 금융권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저하되면서,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즉, 은행·카드 수수료 인하, 은행 지배구조 개선 압박 등이 모두 금융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연이어 반(反)기업·친(親)노동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앞으로도 손쉽게 민간 금융사 쥐어짜기에만 몰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은행 등의 수수료는 금융사가 자율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카드사에 이어 은행권 수수료까지 또 간섭하겠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제외함으로써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민간 금융권 관계자는 “대표이사는 모든 경영 책임을 지는 것인데 인사 등에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출 시 ‘외부전문가’ ‘이해관계자’가 추천한 다양한 인재를 반영해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한 부분은 사실상 노조의 경영 참여 길을 열어준 것으로 금융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소수 주주 기준(현행 0.1% 이상)을 추가 완화하겠다”는 안 역시 경영과 감독이 분리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 민간 기업의 이사회 체제에선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노조의 요구만 수용하고 낙하산 방지와 관련한 규제는 또 빠졌다”면서 “지금도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데 어떻게 더 다양화하고 투명하게 하라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금융위는 또 금융그룹의 리스크(위험)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2월 중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이는 삼성 등 특정 기업을 겨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이 외에 기관투자자에 대한 공시 의무 완화 등을 통해 혜택을 주는 식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민간 기업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민간 기업 ‘관치’가 노골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서민층·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별로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함께 사회적 금융 활성화 등 금융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노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용·황혜진·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