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한 뒤 불… 10㎢ 기름 유출
제주서 300㎞…32명 사망·실종

중국 동부 해상에서 화물선 충돌 뒤 불이 난 이란 유조선 ‘산치(SANCHI)’호가 14일 완전히 침몰했다. 선박에 실린 콘덴세이트(초경질 원유) 유출로 해양생태계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일 오후 3시쯤 산치호가 완전히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산치호에 실려 있던 13만6000t의 콘덴세이트가 약 10㎢의 해역에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치호 침몰 이후 사고 현장에서는 거대한 원형의 화염 분화구 형태로 콘덴세이트가 계속 불타고 있다. 유출된 콘덴세이트가 주변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중국 국가해양국 관계자는 “콘덴세이트는 대부분 기화되기 때문에 해양에 대한 충격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원유 유출 사고에 비해 피해가 작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CCTV는 국가해양국 협조를 받아 현장 취재를 했던 기자의 소셜미디어를 인용해 “기름 유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콘덴세이트가 빨리 기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과 혼합이 잘되기 때문에 방제작업을 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일 산치호에 실려 있던 콘덴세이트가 전부 바다로 유출돼 불탈 경우 이번 사고가 지난 50년 내 발생한 해상오염 중 최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산치호에 실린 콘덴세이트 선적량은 역대 최악의 해상오염으로 기록된 1989년 엑손 발데스호의 원유 유출량 3만5000t보다 많다. 산치호는 지난 6일 오후 8시쯤 콘덴세이트를 싣고 이란에서 한국으로 향하다 홍콩 선적 화물선인 ‘창펑수이징’호와 충돌한 뒤 불길에 휩싸였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제주도에서 남서쪽으로 300여㎞ 떨어진 지점이다. 이 선박에는 이란 국적 선원 30명과 방글라데시 국적 선원 2명 등 총 32명이 승선해 있었지만 시신 3구만 인양됐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