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게시물 통제하면
합법 정보조차 검열 우려”
IT업계·시민 단체 주장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뉴노멀법’이 인터넷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해당 법안이 인터넷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무리한 사전 규제를 통해 인터넷 ‘빅브라더’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12일 관련 업계와 정보기술(IT) 시민단체 오픈넷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뉴노멀법은 포털 등 인터넷 기업에 불법정보의 유통 차단 및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부당한 게시물 유통에 따른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포털에 지우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부당한 게시물 등에 의해 누군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자는 ‘이용자 보호’가 목적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포털의 빅브라더화를 촉진, 오히려 이용자 불편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털의 승인을 얻은 게시물만 남아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행법도 이미 포털 등이 불법정보의 존재를 인식, 통제가 가능했던 경우 유통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이를 피하려면 포털이 해당 정보 등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무지’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때문에 상시 모니터링을 의무화할 경우 포털은 손해배상책임 등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오픈넷은 성명을 통해 “강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받는 대형 사업자들의 경우 무지의 입증이 불가능하게 돼 자신의 서비스에 올라오는 모든 이용자 게시물을 검열하고 합법적인 게시물조차 분쟁의 위험성이 있으면 삭제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법안에는 사업 규모에 따라 인터넷 업체들이 경쟁상황평가를 받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야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내용의 경우 국내 사업자들만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뉴노멀법은) 뉴노멀이 아니라 앱노멀(Abnormal·비정상적인)”이라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