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이 지난해 2월 조세이탄광 희생자 위령재를 봉행하고 있다. 관음종 제공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업장
해저갱도 붕괴로 136명 사망
관음종 20일 사고해역 앞 개최

‘제2의 군함도’로 불리는 일본 조세이 해저 탄광에서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됐다가 붕괴사고로 억울하게 숨진 조선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재’가 봉행된다.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에 있는 조세이 해저 탄광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2월 3일 해저 갱도가 무너져 조선인 강제징용자 136명과 일본인 관리자 47명 등 183명이 수장되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조세이탄광은 당시 광부의 대부분이 조선인 징용자여서 ‘조세이탄광’이라고 불렸다. 수몰사고는 전쟁물자 생산에 혈안이 된 일제와 채탄회사가 최악의 노동환경 속에 안전시설조차 갖추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다. 일제는 사고 사실마저 숨기고 있다가 1976년 우베여고 역사교사인 야마구치 다케노부 씨의 수몰사고에 대한 논문이 발표된 뒤 1991년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결성되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유골은 아직 수습되지 못했다.

대한불교관음종은 오는 20일 우베시 사고해역 앞 조세이탄광 추모광장에서 ‘일제강점기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위령재’를 연다. 추모단은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을 단장으로 스님과 신도 등 60여 명으로 구성됐다. 조세이탄광과 태평양전쟁을 고발하는 창작동화 ‘뿔난바다’의 저자 박예분 씨와 관음종 산하 영산작법연구회 스님들도 동참한다. 또 일한불교문화교류협회 등 일본 불교 관계자들도 참석한다.

한국 불교계가 조세이탄광 수몰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201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제18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이듬해 1월 30일 현장을 찾아 천도재를 봉행했다. 관음종은 2015년 창종 50주년을 맞아 일본에 산재해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희생자 유골 환국사업을 벌여왔고, 그 일환으로 이 행사를 주관해왔다.

추모단장 홍파 스님은 “희생된 조선인과 일본인 183명의 유골이 하루빨리 발굴돼 유족의 품에 안기기를 기원한다”며 “이들이 영면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한다. 아픈 역사의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한·일 관계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