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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대한민국 위기 요인으로 꼽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노동시장·공교육 붕괴와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한 국가재정 위기 등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사회 공동체 의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제도적 대책과 함께 지금이라도 공동체 의식과 시민 의식을 높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미래 위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제언이다.

예컨대 출산율 저하 현상에 대한 진단부터 새로 접근할 경우 상당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있지만, 불이익을 받을 것을 걱정해 실제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누가 애를 낳으려 하겠느냐”며 “육아 문제는 개인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양육’을 통해 우리가 모두 양육에 참여해야 하며, 이는 결국 우리의 노후를 책임질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가 ‘교육·의료·주택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도 독일과 프랑스처럼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최대한 의료 혜택을 확대해 사회적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주택도 민간보단 공공주택을 확대해 저출산, 청년실업, 노인빈곤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교육 변화’를 주문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학생들에게 사회에 나가 ‘협업’하라고 주문하지만, 정작 학교에선 ‘경쟁’을 가르치고 있다”며 “인성을 점수화해 대학에 제출하는 것을 고치고, 앞으로 학생들이 진정으로 협업할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고 그것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시민의식 재고·공동체 재건’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지만, 일단 나만 잘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이로 인해 발생한 ‘공동체 붕괴’가 오늘날 위기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봉주 교수는 “복지의 기본은 서로 더불어 산다는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우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민의식을 어려서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가르치고 사회적으로는 캠페인을 통해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내가 사는 지역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미국의 ‘타운홀 미팅’(정책결정권자와 주민들이 주요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비공식적 공개회의)과 같은 공동체 문화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며 “행복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약자들의 인권, 특히 어린이·새터민·장애인·노인 등의 인권이 더욱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