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 주차장 면적 등 들어 “공익사업 아냐”
2심 “공익사업 인정, 영업손실보상 안 해준 불법행위에 해당”

건물부지에 공영주차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이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한 채 가게 문을 닫아야 했음에도 겉으로 보기에 불법행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의무를 면해준 법원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사업자의 잘못된 법 해석 때문에 건물 입주자들의 영업손실 등을 보상하지 않았다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봐 배상금과 위자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 노정희)는 조모 씨 등 4명이 인천 계양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배상금과 위자료 등 총 1억2500여 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계양구는 2011년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장 근처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2013년 1월에는 주차장이 들어설 땅의 건물주들과 매매계약을 맺었다. 건물에서 학원과 미용실 등을 하던 자영업자들은 나갈 수밖에 없었다. 조 씨 등은 계양구가 공익사업을 추진하면서 아무런 보상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결국 소송을 냈다. 계양구는 “주차장 면적 등에 비춰 보상 절차가 필요한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입주자들이 나가는 과정에도 불법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계양구의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봤다. 건물입주자들의 영업손실을 보상할 의무가 있는데도 안 지킨 것은 위법하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임차인들이 영업손실보상금을 사전에 수령하지 못한 채 영업을 중단하고 건물을 넘기면서 입은 불이익은 손실보상금 상당의 손해배상금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 할 것이므로 위자료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입주자들도 영업장을 옮길 수 있었으므로 폐업이 아닌 휴업손실 보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받도록 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계양구의 주차장 설치 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인정하면서도 “다만 조 씨 등이 손실보상금이 아닌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는데, 건물 이전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 등 불법행위는 없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었다.

김리안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