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올해 전국 1470개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가 본격 운영된다. 사진은 지난해부터 자유학년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강원 정선중에서 학생들이 자유학년 프로그램의 하나로 발효식초를 만들고 있는 모습. 교육부 제공

전국 중학교 46%로 확대운영
오전에 국·영·수 교과목 수업
오후엔 예술·체육·동아리 활동
중간·기말고사 없어 부담 완화

경기도에 사는 전인숙 씨는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다. 전 씨 딸은 중학교 입학 전까지 5년간 영어 학원에 다니며 단어와 문법을 배웠지만, 학교 영어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전 씨는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며 시험을 대비하느라 안간힘을 쓰는 딸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딸이 성남시 분당구 이매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확 달라졌다. 이매중은 지난해부터 1년간 ‘자유학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 씨 딸은 자유학년 기간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험 때문에 잃었던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해갔다. 모녀가 상의해 학원을 그만두는 결단도 내렸다. 대신 자유학년 동안 일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한 자기만의 공부 방법으로 영어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원서를 읽고, 단어를 익혔다.

전 씨는 8일 “지난해까지는 자유학년제로 무척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했던 아이가 당장 2학년 1학기가 시작되면 중간·기말고사를 만나게 될 것”이라며 “당장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차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찾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일부 중학교에서 시범 운영되던 자유학년제가 올해부터 전국 1470개 중학교로 확대·시행된다. 올해 자유학년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전체 3210개 중학교의 45.8%에 해당한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 1·2학기, 2학년 1학기 등 3개 학기 중 한 학기를 골라 시행했던 자유학기제를 한 학기 더 연장해 1학년 1년간 운영하는 것이다.

자유학년 동안 학생들은 적성과 특기에 맞는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자유학년에도 보통 오전에는 다른 학년과 마찬가지로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목을 배운다. 오후에는 교과목 이외에 예술·체육, 진로 탐색, 동아리, 주제선택 등 4개 영역과 관련해 개설된 다양한 수업에 참여한다.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수업을 고를 수 있다. 예술·체육 활동으로는 연기 수업, 주제선택 활동은 과학 실험, 동아리 활동은 재활용 창작, 진로 탐색은 미술을 선택할 수 있다. 자유학기 당시에는 이런 활동을 학기당 170시간 이상씩 했는데, 자유학년 때는 연간 최소 221시간 수업하게 된다. 자유학년 1년간은 수업마다 수행평가는 받아도 중간·기말고사는 없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교과목별 성적은 ‘이수 여부’(pass)만 표시되고, 활동과 발달 내용은 서술형으로 기록된다.

박수경 교육부 교육과정책과 연구관은 “자유학기제가 자유학년제로 확대 운영되면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더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할 것”이라며 “정부도 학생들의 지속적 자기 성찰 및 발전기회를 제공해 아이들이 적성과 특기에 맞는 다양한 활동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